아던은 어떻게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총리가 됐나
코로나19 대처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40)의 지지율이 최근 60%까지 치솟았다. ‘최연소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로 주목을 받았던 아던은 집권 2년 반 만에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총리’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세계 곳곳에서 “공감을 기반에 둔” “신뢰를 주는” 아던 총리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방송 매체 뉴스허브에 따르면 뉴스허브·레이드리서치가 지난 5~16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아던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 1월 말 조사보다 20%포인트 상승한 59.5%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 기관 역사상 최고 총리 지지율로 기록됐다. 아던 총리가 소속된 노동당 지지율도 지난 조사보다 14%포인트 올라 56.5%였다. 아던 총리는 “이 시기를 이끌 특별한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했다.
코로나19 방역 성취가 곧 아던 총리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9일 현재 누적 확진자는 1500여명, 사망자는 21명이다. 4월 하순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는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아던 총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3월11일)된 직후인 3월19일 국경을 걸어 잠갔고, 같은달 25일부터는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덕분에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았고, 약 한 달만인 지난달 28일 사업장 개방 등 일부 봉쇄완화 조치를 취했다. 이달 14일부터는 쇼핑몰·카페·식당 등의 영업을 재개했다. 이번 여론조사에 정부의 엄격한 봉쇄조치가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응답은 92%에 달했다.
봉쇄조치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협조를 얻어낸 아던 총리의 역할이 컸다. 미 시사지 더애틀랜틱은 지난달 19일 “전염병 위기에서 아던 총리는 스스로의 길을 개척했다”고 평했다. 봉쇄정책을 추진한 “공감에 기반한 아던의 메시지는 명확하고 일관되며 냉정하고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던 총리는 지난달 20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극소수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을 우리가 해냈다”며 국민들에 공을 돌렸다. 아던 총리는 봉쇄기간 페이스북 라이브(생방송)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했다. 아이를 침대 위에 데려다놓고, 운동복을 입은 채 코로나19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식이다. 뉴질랜드 웰링턴빅토리아대학교의 국제관계학자인 밴 잭슨은 “아던 총리의 브리핑 내용 중에는 거짓 정보가 없고,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는 내용도 없다. 그는 사람들에게 ‘서로 더 친절하게 대하라’는 신호를 준다. 이는 지역사회의 태도를 형성한다”고 했다.
2008년 노동당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아던 총리는 2017년 8월 노동당 대표를 맡아 9월 총선을 이끌었다. 결과는 제2당이었으나, 그는 과반 획득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군소정당을 모아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정치력을 보여줬다. 그해 10월 총리에 취임한 그는 이듬해 딸을 낳고 출산휴가를 떠나고, 딸을 데리고 유엔총회에 참석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2019년 3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무슬림을 향한 총기 테러가 일어났을 때 아던 총리의 “신속하고 단호한, 공감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해당 사건을 ‘테러’로 정의하고, 무슬림 공동체를 위로했다. 희생자 가족을 만날 땐 히잡을 쓰고 나왔다.
아던 총리의 탈권위적인 면모는 최근 ‘카페 입장 거절당한 사연’에서도 드러난다. 아던 총리는 배우자인 클라크 게이포드와 함께 토요일인 지난 16일 오전 브런치를 먹기 위해 웰링턴 시내에 있는 ‘올리브’라는 카페를 찾았으나, 1m 거리 두기 규정 때문에 자리가 부족해 입장을 거절당했다. 총리 부부는 “예약하지 않은 탓”이라는 해명을 내놨으며 이후 자리가 생겨 해당 카페에서 다른 시민들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고 뉴질랜드 언론들은 전했다.
‘저신다 매니아’라 불리는 지지층이 있는 반면, 60대 이상 남성층에선 “경험 부족”“이미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안티 아던’ 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택난 해소, 관광산업 부흥 등이 아던 총리의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