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선거제는 어떻길래…OECD 28개국 100% 가까운 비례성
여야 4당 합의안으로 20대 총선결과 환산시 비례성 74%
OECD 37개국 중 32개국이 비례대표제…25개국은 순수 비례제
연동형 3개국 중 독일은 초과의석으로 비례성 담보
뉴질랜드는 국민투표로 독일식 비례제 도입
헝가리와 스코틀랜드·웨일스는 의석추가형으로 비례성 보완
여야 4당의 합의로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선거제 개편의 가장 큰 목적인 비례성을 실제로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아직 남아있다.
우리보다 먼저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손봤던 나라들은 어떤 식으로 고민을 해결했을까.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선거법 개정안의 골자는 현행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인 의석 분포를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단순히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던 것에서 ‘50% 연동형 + 보정’으로 변경해 기존보다 비례성을 보강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을 20대 총선 결과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각 당의 의석은 자유한국당 122석→109석, 더불어민주당 123석→106석, 국민의당 38석→60석, 정의당 6석→15석으로 변화하게 된다.
변화된 의석수의 비중과 지난 총선에서의 정당 득표율을 비교하면 한국당 36.33%-33.50%, 민주당 35.33%-25.54%, 국민의당 20.00%-26.74%, 정의당 5.00%-7.23%다.
득표율과의 편차는 -8.44%p~+38.33%p까지로, 편차를 단순하게 합해 정당 수로 나누면 정당 득표율을 100%로 했을 때 대비 약 74.3%의 비례성이 보장된다.
◇OECD 37개국 중 32개국이 비례제…독일·뉴질랜드는 독일식 연동형
그렇다면 흔히 선진국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들은 어떻게 비례성을 담보할까?
OECD 37개국 중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모두 32개 국이다.
이 중 핀란드와 스위스 등 25개국은 전국단위 또는 권역별의 차이는 있지만 순수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비례성이 100% 또는 100%에 가까운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독일 등 7개국은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를 병행하는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7개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 멕시코, 리투아니아 등 4개국은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를 분리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독일과 뉴질랜드, 헝가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가로 꼽히는 독일은 100%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가 1930년대 나치의 전체주의를 경험한 덕에 1950년대 오히려 지역구 선거를 부활시켜 현재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이 모두 299석으로 일대일 동수다.
지역구를 늘릴 경우 비례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득표율에 비해 의석수가 적은 당에 초과의석을 부여함으로써 이를 불식시키고 있다.
뉴질랜드는 비례대표 없이 지역구 소선거구제로만 총선을 치르다가 1990년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를 바꾼 나라다.
1993년 국민투표로 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했고, 2011년에도 국민투표를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정했다.
총 99석이던 지역구 의석수를 64석으로 과감히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를 49석으로 늘리고 원주민인 마오리족에게 7석을 의무적으로 배분했다.
덕분에 녹색당은 2017년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을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6.27%의 득표율로 인해 비례대표 8석(총 의석의 6.67%)을 얻었다.
◇헝가리·스코틀랜드·웨일스는 AMS로 비례성 보완
헝가리를 비롯해 OECD 회원국인 영국의 연방구성국 중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는 의석추가형 비례대표제(Additional Member System, AMS)라는 보정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AMS는 각 정당이 확보한 정당 득표수(비례대표 득표수)를 지역구 의석수에 1을 더한 수로 나누어 그 수가 가장 큰 정당에 의석을 1석 배분하는 방식이다.(=정당 득표수 / (지역구 의석수+1))
이 경우 비례 득표수 대비 지역구 당선자 수가 가장 적은 정당이 1석을 얻어가게 돼 그만큼 비례성이 강화된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모두 배정될 때까지 이 산식을 반복하면 차츰 전체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가깝게 수렴되게 된다.
◇정수 확대에 여론은 반대…향후 협상 결과에 주목
비례성을 담보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전체 의석 중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다.
현행 선거제의 지역구(253) 대 비례대표(47) 비율은 약 5.38 대 1이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개정안의 지역구(225) 대 비례대표(75) 비율은 3 대 1이다.
반면 앞서 언급한 나라들은 독일 1 대 1, 뉴질랜드 1.45 대 1, 스코틀랜드 1.30 대 1, 웨일스 2 대 1로 비례대표의 비중이 모두 이번 개정안 보다 높다.
때문에 패스트트랙 지정에 동참한 여야 4당 내에서는 총 의석수를 300석으로 동결하는 범위 내에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의원정수 증가론이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이 의원정수 증가에 반대하고 있어 비례성 증가만 강조하며 의석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앞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한 나라들의 선거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현행 ‘소선거구제 + 전국단위 비례대표제’ 병립형 보다는 유권자들의 대표성은 증가했다”며 “비례성 강화만 놓고 보자면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을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만큼 향후 협상에서도 주권자인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대표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공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