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협회,
뉴질랜드 국가기술 자격체계 선진사례 탐방기
지난 9월 산업현장과 교육훈련, 자격 연계가 우수한 것으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의 사례를 조사해 산업계 발전방안을 모색하고자 5박 8일 일정으로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출장은 웰링턴에 위치한 뉴질랜드 전기공사협회인 Master Electricians를 시작으로 뉴질랜드 국가기술 자격청(NZQA), 아라 폴리텍(ARA), 훈련기관인 전기 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CONNEXIS)를 방문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첫날 방문한 Master Electricians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기공사협회 연합회(FAPECA)의 회원국으로 1925년에 설립, 93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전기공사를 전기공사업체가 아닌 전기기술자가 수주받아 시공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현 체제는 부실시공을 양산해 전기재해 등의 안전사고문제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이에 Master Electricians는 회원사를 대변해 정부, 규제기관, 업계 이해관계자 및 일반 시민과의 협의를 통해 전기공사업 등록제를 도입해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전기공사 안전시공을 위해 전기시공의 10단계 안전점검 표준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Master Electricians의 회원사 연간 실적은 10억달러가 넘으며 현재 전체 전기공사업체의 35%에 해당하는 1100개 기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기업에 고용된 전기기술자는 7500명 정도다.
2016년 지진으로 인한 복구작업 및 켄터베리주의 신도시 개발 등으로 기존보다 더욱 많은 기술자 수요가 발생했지만 뉴질랜드에도 등록된 전기기술자의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2018년 현재 기준으로 약 1만명 정도가 더 필요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인력유입 방안 개선을 위해 ‘Master Electricians Apprentice Challenge’로 불리는 기능경기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전기기술자의 부족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뉴질랜드 내에서는 건설시장붐이 일면서 전기기술자의 연봉은 높아졌고, 직업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둘째 날 방문한 기관은 뉴질랜드의 자격체계인 NZQF와 교육체계안 NCEAs를 관리하고 고등 교육기관의 교육 품질을 담당하는 NZQA다. 뉴질랜드 자격체계 관리, 중고등학교 평가 시스템 관리, 비 대학 교육기관의 독립적인 품질 보증, 특정 단위 표준에 대한 자격 인정 및 표준 설정 등 국가자격제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학교, 폴리텍 등 TEO(고등교육기관)가 자격기준을 기반으로 개발한 뉴질랜드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NZQA에서 승인·관리함으로써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검증 및 질 관리가 이루어지는 교육체계가 정착됐다.
NZQA는 자격 및 교육의 품질 보증 프레임워크에 대한 평가 방법을 개발하여 2009년부터 도입했으며 뉴질랜드의 교육체계 및 자격과 관련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3일째 방문했던 교육훈련기관인 ARA(Ara Institute of Canterbury)는 크라이스트처치, 애쉬버튼, 티마루·오아마루에 위치하고 있는 기술 및 직업 전문교육학교로서 비즈니스, 예술, 전기분야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ARA는 한국의 직업훈련학교와는 다르게 다양한 개인, 회사 및 조직, Metro, TARZ (Tertiary Accord of New Zealand), Tai Poutini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형성해 졸업자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ARA의 전기공학과는 업계와 협력하여 현장 맞춤형 실습 및 문제해결 중심의 교과과정을 개발 운영해 기업에서 재교육 없이 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졸업 후에는 엔지니어링 협회(Engineering New Zealand)와 협력해 자격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이 자격연수를 마치면 WEL Networks나 Gallagher Group 같은 기업에 채용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전기 엔지니어링 관련 교육과정 중 Bachelor of Engineering Technology Level 7(Electrical)과정은 3년 학위로서 Engineering New Zealand (EngNZ)의 인증을 받았으며 시드니 협약에 따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4일째 마지막 방문기관인 CONNEXIS는 전기분야의 산업별 훈련기관(ITO)으로서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별 관계자와 협력해 뉴질랜드 국가자격체계에서 제시하는 수준, 지식, 태도 등의 정보에 기반한 유닛 스탠다드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ITO는 5년 단위로 NZQA와 TEC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산업현장의 요구 및 교육 전략을 반영한 연간 투자계획을 승인받는 체계로 운영된다. 고용주, 학습자, 정부의 거버넌스 체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요 협력기관은 산업자문그룹, (고등교육위원회), NZQA, 교육제공기관(폴리텍 대학, 사립교육시설) 등이 있다.
CONNEXIS 방문을 통해 가장 유익했던 점은 유닛 스탠다드의 개선시스템이다. 유닛 스탠다드 및 자격은 5년에 한 번씩 보완하는 체계로 돼있으나, CONNEXIS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리뷰를 진행하고 있다. 개선사항 리뷰 과정은 뉴질랜드 국가기술자격청(NZQA)에 이메일로 접수된 의견을 받고, 산업계 실무담당자, 교육제공자, 고용주, 견습생, 이수자로 이뤄진 워킹 그룹이 모여 평가 및 리뷰 단계를 거쳐 수정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위원회에서 의결한 후 자격증 및 교육 프로그램을 매년 개선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4개 기관을 방문하면서, 전기공사업의 제도적인 면은 우리나라보다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전기기술자의 높은 연봉과 안전한 작업환경은 부러워 보이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뉴질랜드 출장을 통해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교육과 자격체계가 일원화돼 있다는 점이다.
뉴질랜드는 산업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누구든 우리나라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같은 개념인 유닛 스탠다드를 토대로 개발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현장실무능력을 갖춰 소정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을 하며 학습을 필요로 하는 기술자에게도 1~2주, 또는 1~2개월의 과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산업현장의 재교육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나라도 이런 부분을 적용해서 교육과 자격을 통합시키는 방안을 강구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개발된 NCS 및 학습모듈 등의 활용, 개선 부분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