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 지역을 강타한 규모 7.8 지진으로 뉴질랜드 南-北섬 5m 가까워져
뉴질랜드 와이파파베이는 ‘와이파파 등대’ 등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관광지다. 하지만 이번 주 ‘사이언스’ 표지에 등장한 와이파파베이의 모습은 영롱한 에메랄드빛 바다 대신 흙탕물이 가득하다. 지난해 11월 이 지역을 강타한 규모 7.8의 강력한 지진의 영향이다.
뉴질랜드 지질핵과학연구소(GNS) 연구진은 11개 기관과의 국제 공동연구로 뉴질랜드 지진을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카이코우라 지진’은 뉴질랜드 지역 군데군데 떨어진 여러 개 거대단층의 합작으로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현재까지 지진은 인접한 단층들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 지역에서 발생한 이 지진은 뉴질랜드가 일찍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사장 최대 규모였다. 사망자는 2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지만, 수백 명의 주민들이 거주지를 떠나 대피했다. 지진의 결과로 남섬은 북쪽으로 5m 이동했고, 위로 8m 솟아올랐다.
▲ 뉴질랜드 남섬 헝데일 단층에서 시작된 지진은 북쪽으로 170km 가량 그 에너지를 전파했다.
연구진은 현장 관측, 지진 데이터, 유럽우주국(ESA) 레이더 관측위성 ‘센티넬1’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카이코우라 지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지진에 12개의 대형 단층과 9개의 소형 단층이 관여했음을 확인했다. 거리가 멀어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여러 단층이 한번에 흔들린 것이다.
뉴질랜드 헌데일 단층에서 시작된 지진 에너지는 북쪽으로 15㎞ 떨어진 요르단 단층까지 전달됐다. 이 에너지는 케키렝구 단층을 지나 170㎞ 이상 북쪽으로 전파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진 가능성을 예측하는 과학자들이 보다 폭넓은 관점을 가져야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진의 규모는 파열된 단층의 길이와 관련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러 단층이 동시에 흔들리면 지진의 피해는 현재 예측보다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러 단층이 동시에 관여해 지진이 일어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장시간 진동에 취약한 긴 교량과 고층 건물의 위험성은 더 커진다.
가령 서로 떨어진 단층끼리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새로운 모델을 이용하면, 향후 30년 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4.7%에서 7%로 높아진다. 반면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규모 6.7 이하 소규모 지진 발생 확률은 30% 감소한다.
랜 햄링 뉴질랜드 GNS 연구원은 “단층과 단층 사이에 이제껏 규명하지 못한 숨겨진 단층이 존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겉으로 보기엔 별개인 단층이 어떻게 연결돼 에너지를 주고받는지 파악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