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집’이 뉴질랜드 ‘사람들의 집’으로 팔리고 있다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에는 터무니없이 비싸고 비좁은 주택만 나와있는 것이 아니다. 훨씬 넓고 훌륭한 집도 있다. 바로 교회이다.
새하얀 울타리, 드넓은 정원, 웅장하고 높은 천장,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 거기다 멋진 오르간도 갖춰져 있다.
타라나키(Taranaki) 해안 오타케호(Otakeho)에 위치한 세인트존스성공회교회(St John’s Anglican Church)를 비롯해 현재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에 올라와 있는 교회는 약 12개에 달한다.
1893년에 지어진 세인트존스성공회교회가 부동산 매물로 나오게 된 이유는 점점 줄어든 시골 인구로 풀이된다. 지난 몇 년간 뉴질랜드의 많은 교회들이 매각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지난 50년 동안 농어촌 지역의 인구는 3분의 1 감소했고 교구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교회 수 역시 4,000개로 감소했다.
매시대학(Massey University) 역사학 교수 피터 라인햄(Peter Lineham)은 “뉴질랜드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종교는 예전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으며, 뉴질랜드 역사상 종교가 강하게 작용한 시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0년 간 농어촌 지역 인구는 3분의 1 감소, 교구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교회 수 역시 4,000개로 감소했다 ©STUFF
라인햄 교수는 풀타임 목사에 대한 비용적 부담 또한 교회가 매각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현재 목사 한 명을 두는데도 6~7만 달러의 비용이 듭니다. 주거 비용에 3년 연수 및 생활비가 들어가죠.”
“건물 임대에 지불하는 토지 주인에게 돌아가는데 보통은 교단에 해당됩니다(지역 교인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세인트존스 교회는 맥도널드부동산(McDonald ‘s Real Estate)의 중개인 비브 스콧(Viv Scott)이 매매를 맡게 된 3번째 교회이다. 매매가 성사된 교회 하나는 중고품 상점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예식장이 되었다.
“엘섬(Eltham)에 있는 교회와 카퐁아(Kaponga)에 있는 교회를 팔았고 이제 오타케호에 있는 세인트존스 교회를 맡게 되었어요. 성도 수가 부족하고 교회에 나올 사람이 적은 것 같습니다.”
지난 2013년 인구 조사에서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분류한 뉴질랜드인은 1,858,977명이다.
2006년 2,027,418명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STUFF
세인트존스 교회를 소유한 센트럴 타라나키 성공회의 주임사제 사무실 직원 카렌 크리스티안(Karen Christian)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교회를 매각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세인트존스 교회는 최근 5년 안에 매각되는 5번째 교회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이 교회에서 예배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오타케호 지역의 성도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시골 작은 마을들이 보통 그렇죠.”
크리스티안은 독특한 건축 디자인 때문에 교회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멋진 건축에 좋은 반응을 보입니다.”
뉴질랜드인의 일상생활에서 종교는 예전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매시대 역사학 교수 피터 라인햄 ©STUFF
트레이드미(TradeMe)를 검색해 보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교회는 전국에 10개나 있으며 가격은 $115,000~$310,000에 이른다. 과거에 교회였다가 가정집으로 개조된 곳도 많다.
오클랜드 대학(University of Auckland)의 신학 및 종교학 교수인 조세프 불불리아(Joseph Bulbulia)는 지난해 10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교회를 구입했다.
포코루아 호수(Lake Pokorua)와 태즈먼 해(Tasman Sea)가 내려다 보이는 아휘투반도(Awhitu Peninsula)의 상징 코헤코헤교회(Kohekohe Church)는 1886년에 장로교회로 지어졌다가 1976년부터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원래는 집으로 개조해서 살려고 구입했는데 지금은 이 교회를 보존하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교회가 지역 주민들의 영적인 삶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불불리아 교수는 말했다.
오타케호 세인트존스성공회교회를 비롯해 뉴질랜드의 많은 교회가 매각되고 있다 ©STUFF
뉴질랜드 성공회 측 대변인 로이드 애쉬튼(Lloyd Ashton)은 센서스 인구 조사를 통해 지난 50여 년 동안 뉴질랜드인들이 비종교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2013년 인구 조사에서 성공회, 카톨릭,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를 포함해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분류한 뉴질랜드인은 1,858,977명이다. 2006년 2,027,418명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애쉬튼은 직장 때문에 농촌 지역에서 도시로 많은 이들이 이주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 지역의 로렌스(Lawrence)를 예로 들었다.
“그 작은 마을에 얼마나 많은 교회가 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맥도널드부동산이 판매한 교회들은 현재 중고품 상점과 예식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MCDONALD’S REAL ESTATE
“교회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어요. 모두 교파 구분이 뚜렷했던 시대에 지어진 것이죠. 그때는 주일을 엄격히 지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가 없던 시절입니다.”
“골드러시 절정의 시대에 로렌스 인구는 11,500명이었는데 지금은 45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