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美·日·英·豪 5개국… ‘반중국 태평양협력체’ 창설
중국, 솔로몬제도와 4월 안보협정… 과다카날전투 벌어진 군사요지중국, 5월엔 사모아·피지·통가·미크로네시아 등 10개국과 협정도 시도미크로네시아 대통령 “합의해 주면 세계대전 우려” 반대해 무산한국·캐나다·독일도 ‘태평양협력체’ 합류설… 외교부 “입장 없다”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일본 등 5개국이 태평양 도서국가 지원을 강화한다는 명목 아래 ‘푸른태평양협력체(PBP, Partners in the Blue Pacific)’를 창설했다.
“태평양 도서국가 도우려 美·英·豪·日·뉴질랜드 뭉쳤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태평양 5개국이 ‘PBP’를 창설한다는 공동성명 내용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성명은 “태평양지역 국가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도서국가와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PBP를 창설, 출범했다”면서 “태평양 도서지역에는 기후변화위기, 코로나 대유행, 규칙을 기초로 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겨눈 압력 등 시급한 과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태평양 국가들을 돕기로 결의했으며,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자주권과 투명성, 책임감이라는 원칙에 따라 태평양 지역주의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고 밝힌 성명은 “PBP는 태평양의 번영과 안보를 계속 지원하기 위해 더 긴밀하게 협력해 집단적 힘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지난 23일 워싱턴 D.C.에 모인 참가국 고위관료들은 이틀 동안 논의한 끝에 PBP 출범에 합의했다. 백악관은 영국·호주·뉴질랜드·일본 외교장관을 올 하반기 미국으로 초청해 PBP 외교장관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명에서 공개 언급 않았지만… 중국 견제 위한 협력체 PBP
PBP 출범 공동성명에 ‘중국’이라는 단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명에 “태평양의 자유롭게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겨냥한 압력에 대응해야 한다”는 대목이 포함된 것을 두고 중국을 겨냥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4월20일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솔로몬제도와 안보협력협정을 맺었다. 협정은 중국 군함의 기항 및 보급 허용, 치안 유지를 위해 중국군과 무장경찰 파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솔로몬제도는 호주에서 북동쪽으로 2000㎞가량 떨어진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드웨이해전에 이어 벌어졌던 격전 ‘과달카날전투’가 일어난 곳이 솔로몬제도다. 이런 곳이 중국과 안보협정을 맺자 미국은 즉각 고위급 인사를 보내 달래기에 나섰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긴장했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5월에는 솔로몬제도·키리바시·사모아·피지·통가·바누아투·파푸아뉴기니·니우에· 미크로네시아 등 태평양 도서국가 10개국과 ‘포괄적 개발 비전’ 협정을 맺으려 시도했다.
5월30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포괄적 개발 비전’에는 태평양 도서국가 10개국에 중국 공안을 보내 경찰을 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참치 잡이 등 어업협력, 사이버 보안 협력, 해도(海圖) 작성, 중국의 천연자원 접근권 확대, 공자학원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반대급부로 중국은 10개국에 자금 지원,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중국 시장 접근 허용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 국가가 반대하면서 협정을 체결하지 못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협정에 반대한 대표적인 나라는 미크로네시아였다.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비전 합의는) 불필요하게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며 “우리 생애 중 태평양에서 게임의 판도를 가장 크게 바꿀 합의”라고 지적했다.
韓 “PBP 참가, 밝힐 입장 없다”… 독자적 도서국가 회의설만
한편 해외에서는 한국도 PBP에 추가로 참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외교부는 별다른 뜻을 밝히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캐나다·독일을 포함한 다른 나라도 PBP에 관심을 표명했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과 협력은 태평양에서 중국에 대항할 때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찰스 에델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호주 석좌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PBP와 관련 “참가에 관련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고 세계일보가 26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는 “예전에도 (PBP와 같은 비공식 기구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 가을 다섯 번째 한-태평양 도서국가 외교장관회의를 서울에서 열 것이라는 이야기가 외교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태평양 도서국가 14개국 외교장관과 회의를 연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