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국회, 총리도 지시 어기면 쫓아낸다
뉴질랜드 국회에서는 민주주의 의회제도에 따라 국회의장이 왕이다.
의사진행은 전적으로 그의 권위와 지시로 이루어진다. 한국에서처럼 의원들이 떼거리로 몰려들어 의장석을 점거하는 행동은 꿈도 꿀 수 없다.
총리까지도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국회의장의 명령으로 국회에서 쫓겨날 수 있다.
이와 관련, 뉴스허브는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어났던 주요 의원 퇴출 사건을 소개했다.
맬러드 의장은 지난 1975년부터 1984년까지 국민당 정부를 이끌었던 로버트 멀둔 총리를 여자 국회 경위 캐롤 랜킨이 끌어낸 사건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꼽았다.
국회의장은 멀둔 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라는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자 랜킨에게 멀둔 총리를 밖으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맬러드 의장은 “랜킨이 어떤 무술의 검은 띠를 따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여자가 큰 몸집의 멀둔 총리를 끌어내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고 회상했다.
멀둔 총리가 밖으로 끌려 나가고 있을 때 그의 오랜 정적이었던 봅 티저드는 멀둔 총리 퇴출 임무를 돕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멀둔 총리는 툭하면 남과 싸우는 다혈질로 유명했지만 그처럼 불같은 성격을 갖게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지 모른다고 맬러드 의장은 말했다.
그 당시 국회의장은 제럴드 월로 의사진행에 일관성이 부족했다고 맬러드 의장은 지적했다.
맬러드 의장은 “그는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이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 혈중 니코틴 농도가 떨어지면 종종 상당히 기묘한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멀둔 총리는 그런 점을 문제 삼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윈스턴 피터스 의원은 현재 정부 측에 가담해 있지만 야당 할 때는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에게 내리는 부당한 판정을 꼬치꼬치 따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지난 2015년에는 2008년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쫓겨났던 의원들의 명단을 발표해 야당 의원들이 여당 의원들의 두 배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바로 피터스 의원 자신과 맬러드 의원이 그 기간에 야당 의원들이 기록한 본회의장 퇴출 사건 전체 건수 32건 가운데 절반을 차지한다고 꼬집었다.
두 사람이 뉴질랜드 국회에서 가장 규정을 안 지키는 의원들이었다는 것이다.
그 기간에 피터스 의원은 3년 동안 공백이 있었는데도 6번이나 본회의장에서 쫓겨났다. 그가 국회의장과 싸우는 것은 너무 유명해 사람들이 내기를 걸 정도였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 한 웹사이트에서는 피터스 의원이 일정한 시간 안에 국회에서 쫓겨나느냐 마느냐를 놓고 돈이 걸린 내기를 하기도 했다.
피터스 의원이 기록한 가장 유명한 퇴출 사건 중 하나는 2012년에 일어났다. 국민당 제리 브라운리 의원이 그의 질문이 모호하다고 말하자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한 게 발단이었다.
피터스 의원은 의장을 향해 “국회의장, 저런 식의 모욕에 대해서는, 특히 무식한 목공 교사 출신으로부터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록우드 스미스 국회의장은 “의원은 의사진행 상의 문제를 이용해 다른 의원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당장 본회의장에서 떠날 것을 명한다”며 그의 요구를 일축해 목수와 고등학교 목공 교사를 지낸 브라운리 의원 편을 들어주었다.
피터스 의원은 의장의 명령에 따라 즉시 본회의장을 떠났다. 그리고는 트위터를 통해 다른 정당 의원들에게 국회 운영 방식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했다.
맬러드 의장도 지금은 의장으로서 질서를 잡는 자리에 있지만 의원 시절에는 규정에서 벗어난 행동을 많이 한 의원으로 유명했다.
그는 특히 존 키 총리에게 피노키오의 경우를 빌어 키 총리의 코가 자라고 있다(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는 말을 했다가 취소하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거부하다 쫓겨난 것을 비롯해 기록이 화려하다.
그는 여당 사람들이 잃을 게 더 많기 때문인지 대체로 야당 의원들이 여당 사람들보다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장 명령보다 더 무서운 건 일시 제명이다.
만일 장관이 일시 제명 조치를 받으면 그는 24시간 동안 국회에 출석할 수도 없고 표결권을 행사할 수도 없게 된다.
국회의장이 내리는 의사진행 명령은 멀둔 총리의 경우에서 보았듯 총리라고 해서 면제되는 게 절대 아니다.
키 총리는 지난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해 제임스 쇼 녹색당 대표와 열띤 논쟁을 벌이다 국회의장이 마이크로폰을 끄면서 앉으라고 했는데도 계속 말을 이어가다 퇴장 명령을 받고 쫓겨났다.
또 노동당의 헬렌 클라크 총리도 지난 2005넌 국민당의 닉 스미스 의원이 질의하는 데 자꾸 말을 끊다가 마거릿 윌슨 국회의장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은 바 있다.
같은 날 돈 브래시 국민당 대표도 남의 말을 끊다가 국회에서 쫓겨났다.
여당과 야당 대표가 같은 날 모두 국회에서 쫓겨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1986년과 1987년에도 있었다.
데이비드 랑이 총리와 짐 볼저 국민당 대표가 남의 말에 끼어들다 제리 월 국회의장으로부터 같은 날 모두 퇴장 명령을 받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