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마오리어 국호 사용 논란…국민투표 주장도 ‘고개’
뉴질랜드 정치권에서 뉴질랜드를 ‘아오테아로아’로 부르는 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아오테아로아는 긴 흰 구름의 땅이라는 뜻의 마오리어 국호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뉴질랜드 제1야당인 국민당 소속으로 마오리어 국호 표기에 반대하는 스튜어트 스미스 의원은 2일 성명을 통해 뉴질랜드를 아오테아로아로 부르는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루 뒤에는 한 발짝 더 나가 뉴질랜드의 모든 공식 문서에서 아오테아로아라는 국호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투표 구상에 대해 지난주 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했을 때 국민투표 방안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며 “정부가 왜 국민 투표 입장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미스 의원의 주장에 주디스 콜린스 국민당 대표도 동조했다.
콜린스 대표는 스미스 의원이 논점을 잘 짚었다면서 “국민투표를 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질랜드든 아오테아로아든 모두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국호에 대한 국민투표는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총리와 정부 부처 사람들이 요즘 뉴질랜드라는 말을 좀처럼 사용하지 않고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나 아오테아로아로 부름으로써 정부가 뉴질랜드라는 국호를 사실상 바꾸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국민들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라위리 와이티티 마오리당 대표는 아오테아로아라는 국호 사용을 문제 삼는 것은 웃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나라의 이름은 아오테아로아다. 많은 사람이 아오테아로아로 인식하고 있다. 모든 정부 부처와 사람들이 계속 아오테아로아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집권당 의원들도 국민 투표 구상을 비판했다.
노동당의 앤드루 리틀 의원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며 국민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뉴질랜드인 대다수는 아오테아로아를 뉴질랜드의 대체 명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관습과 관행은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 파아포이 의원도 국민투표 발상을 평가절하하면서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제임스 쇼 녹색당 대표는 아오테아로아는 아오테아로아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이름이라며 “나도 그 이름을 상당히 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당과 연대 전통을 이어오는 액트당의 데이비드 시모 대표도 “1987년 제정된 마오리어법은 마오리어를 뉴질랜드의 언어로 규정하고 있다”며 아오테아로아로 부르는 데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저신다 아던 총리는 4일 오전 한 방송에서 “우리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더 중요한 일들이 많다”며 국민투표 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뉴질랜드를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부를 수 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다. 사람들의 국호 사용에 관한 개인적인 결정을 바꾸기 위한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