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 中왕이 태평양 도서국 순방에 “군사화 안돼”
“공통 관심사 협력은 좋으나 긴장 고조는 원치 않아” 견제구
뉴질랜드 외교부 “솔로몬제도 방위군 주둔 1년 연장” 발표
미국을 방문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24일(현지시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진출을 꾀하는 중국을 겨냥해 역내 군사화를 부추기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던 총리는 “기후 적응이나 완화 등 공통된 관심사를 지닌 분야에서 협력하는 건 좋다”며 “기간시설에 대한 양질의 투자가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군사화는 원치 않으며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며 “우린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아던 총리의 발언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태평양 지역을 순방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직후 나왔다. 왕 부장은 26일부터 내달 4일까지남태평양 솔로몬제도와 그 주변국 등 총 8개국을 차례로 찾는다.
중국은 지난달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는 등 경제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역내 군사개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솔로몬제도와의 협정에는 중국이 필요에 따라 자국 함정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방은 이에 따라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군사적 거점을 마련하거나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여기에 중국은 다른 태평양 도서국과도 유사한 안보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상태다.
이번에 왕 부장이 방문할 솔로몬제도 인근 키리바시, 통가, 바누아투 등과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아던 총리는 중국의 안보 협정을 겨냥해 “솔로몬제도는 현재 뉴질랜드, 호주와 협력관계를 이미 맺고 있고, 이 관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에도 안보 협정이 태평양 지역을 군사화할 수 있다며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군 병력을 배치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뉴질랜드와 주변국은 솔로몬제도의 치안유지를 돕고 있다.
지난해 말 솔로몬제도 정부의 친중 정책에 대한 불만 등으로 수도 호니아라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뉴질랜드는 자국 방위군(NZDF)을 파견했다.
이 치안군은 ‘솔로몬제도 국제지원군'(SIAF)의 일부로 호주와 피지, 파푸아뉴기니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질랜드 외교부는 25일 솔로몬제도에 파견한 자국군의 주둔기한을 최소 내년 5월까지 1년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며 양국 협력관계 강화에 나섰다.
나나이아 마후타 뉴질랜드 외교부 장관은 제러마이아 마넬레 솔로몬제도 외교·대외무역장관과 화상으로 만난 뒤 “우리 파트너십은 안보 협력뿐만 아니라 경제적 과제와 기후변화, 기타 개발 사항 해결을 통해 평화를 촉진한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외교무역부는 성명에서 마후타 장관이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체결한 안보 협정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으며 마넬레 장관으로부터 이 협정이 군사 기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아던 총리는 자국 교역과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미국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이다. 다만 최근 코로나19에 걸린 탓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