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선땐 초등생도 실제후보 상대로 모의투표 ‘키즈보팅’
[민주시민교육 최전선을 가다] [上] 뉴질랜드·호주 교육실태
호주, 2001년 정부수립 100돌…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 시작
지난달 21일 오후 호주 수도 캔버라의 옛 의회 건물. 교복을 입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 30여명이 옛 호주 하원의원들의 자리였던 녹색 소파에 앉았다. 이곳에서 학생들의 ‘민주주의’ 교육을 맡은 강사 칼럼 호튼씨가 “여러분이 1927년 이곳에서 토론을 하던 하원의원이라 생각하고 발언을 해보겠느냐”라고 하자 남녀 학생 10여명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호튼씨는 “여학생들은 손을 내려주세요”라고 했고 여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뉴질랜드에서 운용 중인 학생 대상 모의 투표 프로그램인‘키즈보팅’세트의 모습.
뉴질랜드에서 운용 중인 학생 대상 모의 투표 프로그램인‘키즈보팅’세트의 모습. 학생들은 총선 등 실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모의 투표를 하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호튼씨는 학생들에게 “왜 여학생들에게 손을 내리라고 했을까”라고 물었다. 한 여학생이 “여학생을 싫어해서요”라고 답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몇 차례 문답이 오간 뒤 호튼씨는 “1927년까지 호주에선 여성들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튼씨가 “민주주의는 성별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주는 지난 2001년 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1988년 새 의회 건물을 만들면서 비워뒀던 옛 의회 건물에 국립선거교육센터를 열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민주 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처음 2만명 수준이던 민주시민교육 참가 학생은 현재 연간 10만명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개장 이후 17년간 130만명의 학생이 이곳을 다녀갔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양원제(兩院制)를 택한 호주의 권력 구조와 ‘선호투표제’ 같은 복잡한 호주 선거제도 등에 대해 배운다.
호주 이웃 나라인 뉴질랜드에선 ‘키즈보팅(Kids Voting)’이라 불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학생들이 총선 등 실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모의 투표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키즈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뉴질랜드 선관위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후보에 대한 정보를 주고 ‘지역 사회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하도록 한다”며 “투표 결과를 집계하진 않지만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이 실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상대로 가상 투표를 해봄으로써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011년 총선·국민투표 당시 340개교 4만6000여명이었던 이 프로그램 참여 학생은 작년 치러진 국민투표 땐 740개교 14만7000여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