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 주례 허용으로 뉴질랜드 성공회 분열 조짐이 보인다
보수 성향을 띄는 캔터베리(Canterbury) 성공회 교회들은 총회의 동성 커플 주례 허용 결정에 반대하여 뉴질랜드 성공회를 탈퇴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라카이아(Rakaia) 세인트마크스(St Mark’s) 교회의 알 드라이(Al Drye) 교구 목사와 셜리(Shirley) 세인트스티븐스(St Stephen) 교회의 제이 비언(Jay Behan) 교구 목사는 총회에서 사임하고 현재 성공회 탈퇴를 고려 중이다. 지난주 총회는 성공회 교회에서 동성 커플 주례식을 허용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성공회의 의견 일치를 이루기 위한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 안은 각 주교가 담당 교구내에서 동성 커플 주례를 허용할지 결정권을 갖게 한다. 지난 2014년 뉴질랜드 성공회는 결혼을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정의했고 이로 인해 동성 커플은 성공회 교회 안에서는 결혼식을 올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안으로 인해 다른 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동성 커플이 주례식(Blessing Ceremony)만 받는 것이 허용된 것이다. 아울러, 각 교구의 주교 및 성직자가 동성 커플 주례를 거부해도 항의 면제 혜택을 갖게 된다.
비언 목사는 동성 커플 주례를 반대하는 보수 단체인 ‘참회하는 뉴질랜드 성공회 교도들의 모임’ FCANZ의 회장을 맡고 있다. FCANZ는 웹사이트를 통해 총회의 결정에 참담함을 느낀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새로 변경된 성공회 구조에 머물 수 없는 교인 및 교구들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변치 않을 그리스도의 복음을 새로운 방식과 구조 가운데 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협력하여 협조와 지원에 나서기를 노력할 것입니다.”라는 입장을 성명서를 통해 전했다.
드라이 목사는 성공회 탈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금 협상이 진행 중이고 저희 교회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매우 중대한 사안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반면 비언 목사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오클랜드 세인트매튜스인더시티(St Matthew-in-the-City) 교회의 헬렌 야코비(Helen Jacobi) 목사는 성공회를 떠날 것을 고려하는 캔터베리 목사들이 “애석하다”고 말했다.
“우리 성공회는 지난 몇 년 동안 모두에게 맞는 적합한 방법을 찾겠다는 신념으로 협상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 계획안이 나올 텐데 그래도 성공회를 탈퇴한다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퇴를 한다니 참으로 애석합니다.”
“매우 강경한 보수적 입장이 아니라면 이번에 나온 안은 의견이 많이 조율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만할 것입니다.”
야코비 목사는 만약 성공회 탈퇴를 하게 되면 규정에 따라 교회 건물이나 재정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공회를 탈퇴하면 성도들도 담당 목사님들을 따라 떠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성공회 재정이나 건물은 지원받을 수 없지요. 아마 학교 강당 같은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겁니다.”
야코비 목사는 주례식을 신청하는 동성 커플 또한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안을 통과시킨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요구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주례식을 신청하려면 우선 교인이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주례식 신청자가 많을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