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잉글리시 전 총리, ‘안락사법은 국회가 살인을 법적으로 허락하는 것’
빌 잉글리시(Bill English) 전 뉴질랜드 총리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안락사법(End of Life Choice Bill, 일명 ‘생의 마감 선택법’)은 국회가 살인 행위를 허락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빌 잉글리시 전 총리는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 의원이 발의한 안락사법과 관련해 지난 25일 랑기오라(Rangiora)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안락사법 도입을 놓고 전국 각지에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데이비드 시모어 의원의 안락사법은 말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음을 택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토론회에서 빌 잉글리시 전 총리는 이 법안이 얼마나 위험한지 더욱 확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말기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일부 의사들에게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전례 없는 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위험 요인이 가득한 이런 안락사법이 만들어지면 뉴질랜드는 곧 노인과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환자들, 장애인, 자살 충동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매우 위험한 나라가 되고 말 것입니다.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에게는 자살하지 말라고 하면서 어떻게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는 들어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사람들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매우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 이유로 안락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안락사를 도입하지 못한 이유는 의사에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잉글리시는 사회 취약 계층보다는 일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안락사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안락사가 합법화되면 자신들이 위험에 처할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족이 고통을 겪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반대할 것이라는 안락사법 지지자들의 비판 섞인 목소리에 대해서는, 토론회에 참여한 의료 전문가들도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카톨릭 신자인 잉글리시는 신앙이 바탕이 된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안락사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여러 차례 안락사법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안락사를 원하는 일부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나머지 모든 국민이 안전할 수 있는 법을 만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잉글리시 전 총리는 이것이 심판 없는 럭비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안락사법이 없어도 모든 국민은 치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안락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안락사법이 통과되면 노인들이 일정 연령이 되었을 때 안락사를 강요받는 무서운 세상이 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원본 기사: Newstalk Z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