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뉴질랜드 중앙은행, ‘마이너스 금리’ 도입 시사
영국 ‘0.1%’ 뉴질랜드 ‘0.25%’… GDP 급감 전망에 “추가 금융완화 필요”
영국과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시사했다.
13일(현지시각)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벤 브로드벤트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통화정책위원회는 여전히 우리의 소관업무를 다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추가 금융 완화가 요구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벤 부총재는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면, 대형 은행들이 가계나 기업에 현금을 빌려주기보다 보유하고 있으려는 경향이 강해져 오히려 시중에 돈이 안 돌게 된다는 논리였다.
이날 벤 부총재의 발언은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 위한 추가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가 임박했다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영란은행이 올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14% 감소하고 실업률이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한 가운데 현재 기준금리가 0.1%로 마이너스 직전이기 때문이다.
영국은행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1%까지 낮췄다. 연 0.1%는 1694년 영국은행이 설립된 이래 가장 낮은 기준금리다.
이날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OCR)를 0.25%로 유지하면서 “앞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결정문에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준비하기 위해 금융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뉴질랜드는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신종 코로나 피해가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다. 현재까지 감염자 수가 1500명 수준이고 11일부터는 이틀 연속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달 18일 개학을 시작으로 상업시설 영업을 허용하는 단계적 경제활동 재개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가 불러온 전세계적인 수요, 공급 감소까지 방어할 수는 없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올해 2분기 GDP가 21.8%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도 23.8%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뉴질랜드 중앙은행에서 나온 이 같은 발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마이너스 금리’를 대놓고 압박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다른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혜택을 본다면, 미국도 이런 선물(GIFT)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쓰면서 경제학자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