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포항·부산 1시간대 …
‘하늘 나는 배’ 위그선 내년 뜬다
지난 5월 31일 전북 군산 새만금 신시도 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바다의 날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이 ‘하늘을 나는 배’로 불리는 위그선 ‘M-80’ 모형에 탑승해 탑승 인원과 최고 속도 등을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위그선은 선체가 수면 1~5m 위를 비행하는 항공선박이다. 기존 선박보다 속도가 세 배 정도 빠르다. 물 위에서 시속 150~200㎞로 달린다.
문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위그선이 뱃길에 등장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울릉~포항, 울릉~부산 광안리를 오갈 예정이다.
M-80 위그선 제조업체인 아론비행선박산업㈜은 31일 울릉도에서 위그선 운영 업체인 위그코리아와 공급 계약식을 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위그선 한 대 가격은 30억원 정도로 양측은 총 20대의 공급계약을 한다. 위그코리아는 5대를 우선 공급받아 항만청 등에 부정기 여객 사업면허를 받은 뒤 내년 7월께부터 울릉~포항, 울릉~부산 광안리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위그선은 울릉~포항(약 220㎞) 1시간10분, 울릉~부산 광안리(약 250㎞)를 1시간30분 만에 주파한다. 현재 여객선으로 오가는 울릉~포항은 3시간 이상 걸린다. 울릉~부산 광안리 노선은 여객선 뱃길이 따로 없다.
위그선 전용 계류장 부지도 확보된 상태다. 울릉도는 사동항 부근, 포항은 현 포항 여객터미널 부근, 부산은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이라고 아론비행선박산업은 설명했다. 요금은 1인당 울릉~포항 편도 기준 15만원으로 잠정 결정된 상태다.
M-80은 8인승이다. 무게는 3.1t, 길이는 12.7m다. 750마력으로 최고 속도는 시속 200㎞다.
위그코리아 측은 “위그선이 도입되면 울릉도 주민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이 멀미 없이 편안하게 1시간대로 울릉도로 올 수 있는 해상교통 수단이 마련되는 것”이라며 “울릉도 관광객 100만 시대를 여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현욱 아론비행선박산업㈜ 대표(오른쪽)가 지난 5월 31일 바다의 날 기념식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시 중인 위그선 모형에서 운항 방식 등을 소개하는 모습.
아론비행선박산업에 따르면 위그선 운전대는 기본적으로 비행기를 조종한 경력이 있어야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군 출신 파일럿 3명이 아론비행선박산업에서 위그선 조종사를 교육 중이라고 한다. 교육 대상자는 5급 항해사 이상 자격에 20시간 이상 경비행기 운행 경력자 또는 항공기(헬기 포함) 400시간 이상 운행 경력에 6급 항해사 자격을 갖춘 사람이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위그선은 해상교통안전법상 ‘수면비행선박’으로 분류된다. 기본적으로 선박이다. 선체 안전성 등에 대해 한국선급(KR)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 M-80은 한국선급인증을 받지 못했다. 김광태 아론비행선박산업 상용사업본부장은 “현재 인증절차가 추진 중”이라며 “오는 9월께 한국선급의 인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그선은 2012년에도 시험 운행이 진행되는 등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서 상용화 문제가 지금까지 잠정 중단됐었다. 위그선의 안전 체계를 맡은 선박관리 전문업체 케이엘씨에스엠(KLCSM) 권오길 해기사는 “2012년 당시엔 위그선 기체 자체의 안전 설계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일반 비행기보다 훨씬 더 안전이 강화된 상태다”며 “예를 들어 바다 위에서 위그선이 엔진 정지로 낙하해도 안전벨트만 한 상태라면 승객이 안전할 만큼 업그레이드됐다. 또 순간 낙하해도 뒤집어지지 않는 중심 설계도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상엽(선박분야 공학박사)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육본부장은 “위그선 기체 자체에 대한 안전 검증, 조종사 자격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이 만들어지는 등 다양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제 위그선을 상용화할 단계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그선(Wing In Ground effect ship)
바다 위를 1m 이상 떠서 빠르게 이동하는 항공선박. 국제해사기구(IMO)는 바다 위 고도 150m 이하로 움직이는 기기를 선박으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