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발표 때마다 수화통역사 대동하는 아던 뉴질랜드 총리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로 50명이 희생된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뉴질랜드 사회를 추수르면서도 다양성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음으로써 리더십이 빛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39)가 장애인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를 해온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아던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테러에 쓰인 반자동 소총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정부 차원에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여느 나라에선 대통령이나 총리 등 최고지도자가 연설이나 기자회견을 할 때는 혼자 연설대에 앞에 서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아던 총리의 기자회견은 한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의 오른편에 한 남성이 같이 등장한 것이다. 이 남성은 수화통역사였다. 수화통역사는 아던 총리가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그의 메시지를 뉴질랜드 수화로 전달하기 위해 손과 팔을 바쁘게 움직였다. 저신다 총리가 지난 18일 이번 테러에 대한 후속 대책을 각료회의에서 논의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와 함께 의회 브리핑룸에 등장했을 때도 같은 수화통역사가 동행했다.
아던 총리가 각료회의 결과나 중요한 정책적 발표를 할 때 수화통역사를 대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그는 ‘뉴질랜드 수화 주간’이 시작되던 지난해 5월7일 집무실 책상에서 축하 메시지를 수화로 표현한 동영상을 발표했다. 아던 총리는 이와 함께 모든 각료회의 결과 브리핑은 수화통역사가 수화로 통역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하면 아던 총리가 회견을 할 때 수화 통역사가 함께 등장하는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2018년 수화 주간 환영 메시지
뉴질랜드에서는 영어와 마오리 원주민 언어 외에 뉴질랜드 수화가 공식 언어로 채택돼 있을 정도로 위상이 높다. 2014년부터 수화 주간에 일주일간 대정부 질의 과정을 수화로 통역했던 뉴질랜드 의회도 지난해 5월 상시적으로 의사진행 과정을 수화로 통역해 청각 장애인들의 정치 참여를 돕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모든 대정부 질의를 수화로 통역해줄 통역사를 구하기가 어렵자 같은해 10월부터 이 방침이 중단된 상태다.
뉴질랜드 의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구가 479만여명인 뉴질랜드에서는 2만명 가량이 일상적으로 수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뉴질랜드 노동당 대표인 아던 총리는 2017년 10월 뉴질랜드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두번째이자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첫 아이를 출산한 뒤 자신의 아이에게 영어뿐 아니라 마오리어도 같이 가르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