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보는 한국·호주·뉴질랜드 중앙은행…”질서 잡힌 조정 가능”
“지금 금리를 올리면 주택시장이 다소 식기는 할 것이다.”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 총재)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가운데 이들 나라의 ‘집값’에도 눈길이 쏠린다.
대외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들 중앙은행이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어서다. 실제로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의 경우 정책 고려 요인에 ‘통화정책 결정이 정부 주택정책 목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고 명시했다.
23일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화면번호8888)에 따르면, 세 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택가격지수(명목)는 지난해 2분기 이후 뚜렷한 우상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OECD 주택가격지수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017년 1분기부터 2020년 1분기까지 2% 선을 넘지 않았지만, 작년 2분기에 2.6%를 기록했다. 이후 작년 3분기 4.3%, 작년 4분기 5.4%, 올해 1분기 6.7%를 기록했는데, 집값 오름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호주 OECD 주택가격지수 상승률은 2017년 2분기에 10.2%를 기록했다가 내리막을 걸었고, 2018년에는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가파르게 상승했던 호주 집값이 다시 하락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주택가격지수 상승률이 지난해에 다시 3~7%대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 7.5%를 기록하더니 2분기엔 16.8%를 찍었다.
뉴질랜드 상황도 비슷하다. 집값 상승률이 2017년 1분기에 12%를 기록했다가 같은 년도 3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2~4%대로 안정됐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대응용 유동성이 풀렸던 2020년 하반기에 10%대로 급등했고 올해 1분기엔 20.7%까지 치솟았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처럼 치솟는 집값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이 현시점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부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하게 높은 레버리지와 주택가격은 소비와 투자 여력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확신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한국은행은 오는 11월 25일 회의에서도 기준금리(현 0.75%)를 0.25%포인트 인상할 전망이다.
호주중앙은행(RBA)도 부동산 시장을 의식하고 있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지난 2일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금리를 올리면 주택시장이 식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RBA는 이달 초 통화정책 성명에서 “기준금리가 2024년까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문구를 빼면서 정책 정상화로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만 로우 총재는 “(금리를 올리면) 취업자가 더 적어지고, 임금 상승세가 현재보다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내게는 이게 좋은 트레이드-오프(상충)로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RBA가 금리 인상보다는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집값을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RBNZ는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동원하는 모양새다. 지난달엔 사상 최저치(0.25%)였던 기준금리를 0.5%로 올리면서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 과열을 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오어 RBNZ 총재는 이달 초 한 연설에서도 “집값을 겨냥해 정책을 결정하진 않지만, 주택시장 움직임은 물가와 금융 안정성에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정부가 중앙은행에 집값도 고려할 것을 요구했고 RBNZ가 이를 반영했다.
중앙은행의 정책 정상화 속에서 주택가격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ASB은행은 지난달 금리 인상 이후 뉴질랜드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했다며, 이에 따라 주택시장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선 RBNZ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 24일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RBA의 경우 2023년 3분기까지 기준금리를 1.25% 수준으로 올린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0.1% 수준이다. 호주 코먼웰스은행(CBA)은 이로 인해 집값이 최대 10% 하락하는 “질서 있는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