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뉴질랜드, 중국계 의원 간첩 혐의로 ‘발칵’
중국계 양젠 의원 인민해방군 경력 숨긴 것 탄로나
뉴질랜드에서 총선(23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초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여당 소속 중국계 의원의 스파이 혐의가 제기되면서 뉴질랜드 정보국이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논란은 집권 국민당의 양젠(楊健·55) 의원이 과거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으로 일한 경력을 숨긴 것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통해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FT와 뉴질랜드 인터넷 매체 뉴스룸의 공동 취재에 따르면 중국 태생 양 의원은 과거 중국에서 생활했을 당시 해방군 공군공정학원과 뤄양 외국어학원에 재학했다. 두 학교 모두 중국 정보요원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알려졌다.
양 의원은 1978년 해방군 공군공정학원에 영어 전공으로 입학했고 졸업 후에는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피터 매티스 제임스타운 재단 연구원은 “공군공정학원에서 가르치기까지 했다면 인민해방군(PLA)이나 공산당 소속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양 의원이 석사 학위를 위해 재학했던 뤄양 외국어학원은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이나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와 유사한 중국 정보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군사적 목적의 첩보 활동이나 첩보원 양성에 특화한 교육으로 유명하다. 양 의원은 1993년 호주 국립대 입학을 위해 중국을 떠났다.
양 의원은 13일 FT 보도가 나온 뒤 성명을 통해 스파이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그는 “중국 군사 조직 안에는 계급이 있는 군도 있지만 아무 계급이 없는 민간인도 있다”면서 “나는 군내 민간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 경력을 숨긴 점에 대해 “너무 많은 사적인 정보를 일일이 공개할 필요는 없다”면서 “나는 나 자신이 뉴질랜드 국민이란 사실이 자랑스러우며 우리 법을 따르고 이 나라에 헌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총선이 불과 열흘 남은 상황에서 터진 이번 스캔들로 뉴질랜드는 큰 혼란에 빠졌다.
피터 구드펠로 국민당 의장은 13일 “배경 때문에 의혹이 양산됐다”면서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매우 신중해져야 한다”고 사태 수습을 시도했다. 빌 잉글리시 총리까지 나서서 양 의원의 배경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양 의원이 일부러 그 부분을 숨기려 한 것은 아니라고 두둔했다.
그러나 야권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제일당(NZF) 소속 윈스턴 피터스 의원은 “국민당은 소속 후보에 대한 검증에 실패했거나 그 배경이 뜻하는 의미에 너무 순진하게 접근했다”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지난 6년간 국민당에서 대표적인 친중 의원이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