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오클랜드 거리 노숙인 중에는 임신한 여성도 있어
뜨거운 핫 초콜릿으로 몸을 녹이는 노숙인 제스(Jess, 가명)는 오클랜드의 가장 추운 날 밤 담요 한 장을 덮고 추위를 피하려 하고 있다.
“저는 지금 임신 2개월째인데 집이 없어요.”
29세인 그녀는 몇 달째 마누레와(Manurewa)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클랜드 시의회(Auckland Council)에 따르면 오클랜드의 홈리스는 약 24,000명에 달한다.
제스는 한 데어리 숍 앞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폐기 의류 상자에 버려진 담요를 가져와 덮고 있다. 그 옆에는 제스보다 훨씬 오랜 노숙 생활을 한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다.
6월 6일은 오클랜드에서 가장 추운 날이었다. 밤 기온은 섭씨 8도까지 내려갔다.
제스는 이날 유난히 더 춥다며 담요를 계속 끌어올렸고 차가운 머리는 후드로 감쌌다.
임신 2개월째인 제스는 마누레와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STUFF
그리고 자신의 상황이 주변의 다른 노숙인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돌아갈 집이 있긴 하지만 파트너가 현재 감옥에 있기 때문에 노숙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현재 임신한 아기 외에도 5명의 자녀가 있는 제스는 아이들의 일상을 깨트리고 싶지 않아 어머니에게 맡겨놓고 나와있는 상태라고 한다.
“걱정이 되죠. 정말 이 아기를 키우고 싶고 부모가 되고 싶은데, 아기를 생각하면 너무 걱정됩니다. 하지만 파트너가 나와서 나를 돌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어머니가 애들을 보게 해주셔서 매주 아이들을 보고 있어요. 아이들이 크면 제게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제스는 노숙이 태아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만삭이 되기 전에는 집을 찾기로 결심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는 생활할 수 없을 거예요. 제 자신을 다그쳐서라도 더 낳아질 거라고 믿어요. 좋은 엄마가 되고 싶거든요.”
‘노숙은 선택이 아니다’- 심각한 정신적 충격, 가난, 중독 때문이라고 관계자는 말한다 ©STUFF
오클랜드시티미션(Auckland City Mission) 관계자 크리스 패럴리(Chris Farrelly)는 노숙을 선택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많은 노숙인들이 심각한 트라우마와 정신 건강 문제, 중독, 가난의 대물림 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고질적인 문제는 원인이 한 가지 이상이라고 저희끼리 하는 말이 있습니다.” 패럴리는 말했다.
“노숙인들의 대부분은 단순히 집만 주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오클랜드시의회의 홈리스 프로젝트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오클랜드의 홈리스 수는 24,000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동차, 임대 주택, 차고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제스의 옆에서 노숙을 하는 20대 젊은 여성 마야(Maya, 가명)는 지나가는 행인들을 한 명도 놓치지 않고 구걸하고 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극히 일부는 밥을 사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노숙인들은 그들만의 동지애를 위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아침은 더 힘들어요. 훨씬 춥거든요.” 마야는 말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아침에는 밥을 먹기가 힘들어요.”
거의 1년간 노숙 생활을 한 마야는 과거에 시내에서 훌륭한 직장에 다녔었다고 한다.
“모두들 각자의 사연이 있어요. 저는 파트너가 마약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됐습니다.”
“가족은 섬나라에 있고 저만 여기에 있어요.”
마야는 거리가 유일하게 안전한 곳이라며 거리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친구들이 옆에 있어주니까 지저분해도 저는 이곳이 좋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돌봐주며 살고 있어요.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 트와이포드(Phil Twyford) 주택부 장관은 왜 성공과 번영의 나라인 뉴질랜드에 이토록 많은 노숙인들이 존재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 겨울에는 노숙인이 없도록 정부가 1억 달러를 임대 주택에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총리는 WINZ와 하우징뉴질랜드(Housing New Zealand) 일선 직원들에게 거처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번역: 원처치
원본 기사: Stu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