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던컨 가너, “어쩌다 총리”
방송과 신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뉴질랜드 중견 언론인 던컨 가너가 21일 재신더 아던 총리 탄생과 관련해 스터프에 ‘어쩌다 총리와 유토피아 환상’이라는 칼럼을 썼다.
다음은 칼럼 내용 요약이다.
재신더 아던은 녹록치 않은 100일 동안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부가 어쩌다 탄생한 정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거나 아니면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될지 모른다.
그는 자기 사무실에서 TV 생방송을 보다가 자신이 차기 총리가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누군가를 껴안았다. 그게 누구일까? 그는 기억을 못한다. 미스터리다. 그 순간이 오리무중이다.
뉴질랜드제일당 대표 윈스턴 피터스가 그에게 전화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도 믿지 못한다. 정부를 출범시키는 방식이 그렇다.
정책이 어떻게 되는지는 내주에 더 분명해질 것이다. 가볍게 생각했던 것들이 굳건한 정책이 될 것이다.
노동당은 16명의 각료 장관직을 갖게 되고 뉴질랜드제일당은 4개, 녹색당은 비각료 장관직 3개를 갖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때우기 식 외에 어떤 기준점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혁명군이 되겠다는 염원만 보여주는 것 같다.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지역문제에서부터 철도, 의료용 마리화나, 무상 교육에 이르기까지 이들 집단은 뭔가 진전을 이루기 위해 초조해있는 것 같다. 야당 생활 9년이 고통스러웠던 모양이다.
우리가 손을 떼면 시장이 식고 손을 대면 개입주의가 판친다.
첫 100일 국정계획이 머리를 짜내서 만든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면에서 그것은 미니 예산편성이다. 노동당이 그것을 그런 식으로 다루어야 유권자들에게도 진지하게 보이는 법이다.
그리고 나라가 구조적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 아던은 새 장관들의 휴가를 취소하고 내년 초에 그들을 국회에 나오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의지와 사안의 시급성을 알리는 징표가 될 것이다.
국회는 사실상 2개월간 휴면기에 들어간다. 새 정부는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그래서 국회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국정 100일 계획은 대단히 방대하다. 따라서 그 정도 비슷한 책임이 요구된다. 윈스턴 피터스와 녹색당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도 그렇다.
피터스는 지역개발과 외교 문제, 그 이상을 원할 것이다. 그는 어쩌면 신자유 자본주의 정책들에 대한 종식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그것의 폐해가 많다고 주장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해도에도 없는 바다에 들어서고 있는 형국이다.
순탄하게 가기만 하면 그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피터스, 당신이 지금 연정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만큼 책임이 뒤따른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우선 정책을 보자. 대학 1학년 무상교육이 내년부터 시작된다. 학생수당은 주당 50달러씩 오른다. 집주인이 세입자들을 따스하고 습기가 없는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법안도 통과될 예정이다.
키위빌드 프로그램도 발표될 예정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뉴질랜드에서 부동산을 살 수 없게 된다. 유급육아휴가가 늘어나고 정신건강 의료체계에 대한 조사도 진행된다. 의료용 대마초에 대한 법이 바뀌고 가족수당도 법으로 만들어져 저소득 계층은 더 많은 돈을 받는다.
파이크리버 광산 재진입 문제도 어떤 형태로든 다루어질 것이고 조세실무그룹이 만들어진다. 최저임금도 오르고 청정수 수뇌회의가 만들어져 오염된 강과 호수를 조사한다.
국민당은 이번 총선을 이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빌 잉글리시가 승리를 재빨리 선언할 상황은 아니었다. 결국 패배했다.
국민당의 44% 득표는 큰 것이지만 정권을 잡기에는 부족했다. 56석은 61석이 아니다. 잉글리시는 이번 총선에서 아던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고 헬렌 클라크가 총리 때 어느 총선에서 얻었던 것보다도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모두 승리자가 됐다. 클라크는 세 번을 이겼고 잉글리시는 두 번이나 패배했다.
그러나 이것은 혼합비례대표제(MMP)다. 요구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을 때 국민당은 입찰과 지출을 중단한 게 분명하다.
그러나 노동당은 어디에 서명하면 되나요? 얼마나 많은 자리를 원하나요? 라고 말했을 것이다.
나는 피터스가 국민당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잉글리시가 선거운동 기간에 “권력 중개상을 몰아내라‘라고 말한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피터스는 편집증적인 측면이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엄청나게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다. 이번 결정을 국민당은 빨리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MMP는 61석을 향해 달려가는 게임이다. 동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
국민당은 굉장히 강한 야당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다.
국민당은 이번 국회 임기 중에 추가 의석을 가져올 수 있는 소수정당이나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쓰디쓴 야당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잉글리시는 두 번이나 총선에서 진 사람이지만 중간에 총리직에 올랐다. 앞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총선 날 승리자가 됐지만 술이 깨고 나자 모든 게 완전히 딴판이 돼 버린 건 알았다.
이제는 니키 케이가 그의 자리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런 집단이 다시 정권을 잡고 일할 수 있게 될까?
물론이다. 노동당 주도 정부는 세 정당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할 때까지만 작동할 것이다. 세 정당 대표가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만 돌아간다는 말이다. 그들에게 다른 대안은 없다.
피터스는 연정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와 지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지평선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해서 누구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말을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피터스, 그게 책임이라는 거다. 앞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불을 폈으니 이제 그 안에 들어가 누울 차례다. 당신을 많은 카드를 들고 잘 써 먹었다.
새 정부에 많은 기회를 주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게 훨씬 쉽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정부는 공약을 적게 하고 많은 일을 한다. 하지만 새 정부는 많은 것을 공약했다. 집권 첫날부터 쉽지 않은 일들이다.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