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 발언, 터키 vs 뉴질랜드 외교갈등으로 비화
뉴질랜드 총격사건으로 터키와 뉴질랜드.호주가 외교적인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뉴질랜드 테러범과 호주군을 동일 선상에 놓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선거 유세 발언에서 비롯되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호주인 뉴질랜드 테러범과 제1차 세계대전 참전 호주군의 성격이 비슷하다는 식의 발언으로 반발을 샀다.
이달 말 지방선거를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은 뉴질랜드 테러를 이슬람주의 선동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호주·뉴질랜드에 무슬림에 대한 증오와 편견이 퍼지고 있다”며 유세장에서 수천 명의 지지자에게 테러 범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범행 영상을 틀고 있다.
이것이 외교 문제로 비화한 것은 지난 18일 갈리폴리 전투가 벌어졌던 터키 차나칼레시(市)에서 열린 유세에서 에르도안이 “앞으로 반이슬람주의를 가진 호주·뉴질랜드 사람들이 터키에 오면, 그들은 갈리폴리 전투처럼 모두 관에 실려 고국에 돌아가게 할 것”이라는 극언에 가까운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또 선거유세에서 갈리폴리 전투를 언급하면서 “호주와 뉴질랜드가 장거리 파병을 한 유일한 동기는 우리가 무슬림이고 그들이 기독교인이라서다”라고 주장했다.
갈리폴리 전투는 1차 세계대전이 이어지던 1915년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터키의 전신(前身)인 오스만제국이 지배하던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하려다 대패한 전투다. 연합군 40만명 중 25만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사망자 다수가 영국군의 지휘로 상륙작전에 참가한 호주·뉴질랜드 군인들이다. 갈리폴리 전투는 호주·뉴질랜드 국민에게 치욕과 아픔의 역사로 남아 있다.
에르도안의 발언에 호주는 강하게 반발했다. 20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주 민감한 시기에 몹시 무례하고, 무분별한 말을 했다”며 문제가 된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호주 주재 터키 대사를 초치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발언을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 정부는 1973년부터 매년 4월 25일 갈리폴리 전투 희생자들을 터키·호주·뉴질랜드 국민 수천 명이 모여 추모하는 ‘앤잭 데이(ANZAC day)’ 행사를 올해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슨 총리는 수도 캔버라에서 취재진에게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안작(1차 대전 당시 호주·뉴질랜드군·ANZAC)의 역사를 모욕하고 갈리폴리의 석판에 새긴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갈리폴리의 석판에 새긴 약속이란 터키 ‘공화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갈리폴리 전선에 묻힌 안작 부대의 안식을 약속한 것을 가리킨다.
앞서 자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윈스턴 피터스 외무장관 겸 부총리가 터키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크라이스트처치시 총격테러사건에 대한 발언에 대해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무장관 겸 부총리는 터키 정치권이 이번 테러를 정치에 이용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뉴질랜드를 방문한 터키 부통령에 이런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
앤잭 데이에 터키에서 열린 호주, 뉴질랜드군 추모식 ©Reuters
출처: 조선일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