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결혼생활후 17시간 차이로 영면한 뉴질랜드 90대 부부
이들 부부의 딸 잰은 “아버지는 어머니 없이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고 어머니도 아버지 없이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며 “오래전부터 갈 때는 함께 가겠다는 말을 해왔다”고 밝혔다.
슬하에 6명의 자녀와 24명의 손자·손녀, 29명의 증손, 6명의 현손을 둔 이들 부부는 지난 1938년경 타이루아라는 시골 마을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당시 에바는 타이루아에 하나밖에 없는 부모의 잡화점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었고 템스 인근 마을에 살던 윌리엄은 타이루아에 있는 한 목장으로 옮겨와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었다.
첫눈에 반한 이들은 1941년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누구도 꿈꾸기 어려운 결혼 76주년 축하연을 열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윌리엄도 이날만은 침대에서 나와 에바와 옛날을 회상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결혼과 함께 타이루아에 있는 에바네 가족 젖소목장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한 부부는 윌리엄이 1942년 투루아에 있는 아버지 젖소목장을 넘겨받으면서 인생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냈다.
그러다 부부는 1978년 목장 일에서 은퇴하고 템스 읍내로 나와 조그만 목초지에서 돼지, 닭, 마차를 끌고 달리는 하네스 레이싱용 말을 키우며 살기 시작했다. 대회에서 우승한 말도 여럿 길러냈다.
잰은 아버지가 3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 번도 쉬지 않고 매일 아침 일어나 말과 돼지와 닭들을 돌보았고 어머니는 새벽 5시 30분이면 우편함에 배달된 신문을 가져다 읽고 신문 잡지에 난 레시피를 보며 요리를 하거나 정원 가꾸기를 즐겼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님이 일 뿐 아니라 럭비와 가족, 사람들도 무척 좋아했다며 “부모님 집에는 항상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들락거렸다. 바로 그런 게 부모님을 오랜 세월 살 수 있도록 해준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에바가 건강이 좋지 않은 윌리엄을 돌보다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하루 입원해 있다 나오면서 가족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두 사람 모두 몸이 눈에 띄게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국 가족들이 24시간 달라붙어 정성스레 보살폈지만, 일주일을 버티다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잰은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한 신사였다. 우리가 뭔가를 해줄 때마다 반드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곤 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