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6 가고 924 오고”…亞 과로문화 변화 바람
◆‘924’ 트렌드 이끄는 호주·뉴질랜드
BBC에 따르면 호주의 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인 베르사는 지난해 7월 주4일제를 처음 도입했다. 주말에 더해 수요일 하루를 더 쉰다. 월급은 주5일제와 같다. 처음엔 직원들 사이 커뮤니케이션이나 업무시간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업무 패턴이 효율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회의 집중도가 높아졌고 딴짓이 줄었다. 긍정적 결과는 수치로도 증명됐다. 캐스 블래컴 최고경영자(CEO)은 지난해 7월 후 매출이 46% 증가했고 수익은 거의 3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병가가 줄었고 직원 만족도도 높아졌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뉴질랜드 신탁회사 퍼페추얼가디언의 주4일제 실험과 비슷한 결과다.
호주 금융회사 콜린스SBA는 2년째 직원 35명을 대상으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2시에 퇴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 25시간 근무다. 조너선 엘리엇 이사는 근로시간을 줄이되 원래 업무량이 그대로인 만큼 잔업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직원들의 동기 부여가 확실해졌다면서, 병가도 12%나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가 올해 다보스포럼(WEF)에서 역설한 것과 일치한다. 그는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직원들이 집중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업무의 질과 창의성이 향상될 것이다. 또 직원들은 회사 밖 삶을 보살필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 조직에 보다 충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병원이나 식당, 소매점 등의 경우 생산성이나 직원의 충성도가 높아질지 모르겠지만 기업으로선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또 직원들의 경우 제한된 시간 업무 성과의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직원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커지는 셈이다. 콜린스SBA의 경우 5시간 근무 도입 후 이미 여러 명이 자진 퇴사했다고 엘리엇 이사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