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올해 의장국 뉴질랜드 “팬데믹 필수품 무관세 교역하자”
선진국 ‘백신 민족주의’ 완화 시도
APEC 통상장관 회의서 승인 목표
미·중 긴장 탓 현실화 낙관 어려워
뉴질랜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료장비·의약품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 사이에선 무관세로 교역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뉴질랜드가 올해 APEC 의장국을 맡은 만큼 이를 활용, 세계 최대 지역협력체를 통해 ‘백신 민족주주의’ 장벽을 없애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APEC 고위관리회의를 주재하는 반젤리스 비탈리스 뉴질랜드 무역·경제 부장관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메시지는 글로벌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려면 더 많은 국제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가 뒤쳐지고 있는 상황을 바꿔보자는 제안이다. 비탈리스 부장관은 “무역이 위기를 해결하진 않겠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제안이 5월 열릴 APEC 통상 장관 회의에서 승인을 받으려면 수 주일 안에 합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APEC 회원국은 지난해 코로나19 관련 공급망을 개방하고 의약용품 등 필수품에 대한 무역 제한 조처를 없애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이후 확실한 행동을 보이진 않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뉴질랜드와 싱가포르만 120개 이상의 용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는 등의 조처를 취했을 뿐이라고 한다.
비탈리스 부장관은 “작은 두 나라만 이렇게 했다는 게 걱정”이라며 “뉴질랜드는 팬데믹 필수 제품·서비스를 열거한 장관급 성명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공항·항만을 통한 코로나19 백신의 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작은 국가도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지만, 부국이 백신·필수품을 사재기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는 이들 국가에 기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로이터는 백신에 물리는 관세는 낮지만 주사기와 바늘, 장갑 등 장비에 대한 관세가 높아 접종을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센서스(의견일치)를 토대로 의사 결정을 하는 APEC은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서 합의에 도달하려고 애를 썼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더 다자주의적 접근을 하겠다고 했지만, 중국과 무역협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로이터는 적었다.
APEC에는 미국과 중국이 포함돼 있다. 미·중 간 껄끄러운 관계를 감안하면 뉴질랜드의 팬데믹 관련 용품 무관세 무역 제안이 현실화할지 낙관하기 힘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