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ff 사설: 앤잭데이(Anzac Day)는 결코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다음 내용은 Stuff지의 사설을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지난 백여 년 간 앤잭데이(Anzac Day)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정치적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해왔다. 애국정신을 기리는 날이면서도 반전 시위를 불러일으키는 날이기도 했다. 지난 20년 동안 뉴질랜드와 호주 양국에서는 갈리폴리 전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로 인해 앤잭데이를 기념하는 방식 또한 새롭게 변화했다.
그리고 2019년 앤잭데이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한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가 일어난 며칠 만에 “앞으로 반이슬람주의를 가진 호주·뉴질랜드 사람들이 터키에 오면, 그들은 갈리폴리 전투처럼 모두 관에 실려 고국에 돌아가게 할 것”이라는 극언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그는 “무슬림 형제들 50명”을 죽게 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뉴질랜드인들에게 경고했다.
2018년 터키의 앤잭데이 추모 예배 중 ©STUFF
이로 인해 터키 갈리폴리에 있는 뉴질랜드인들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당부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터키 테러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터키 대통령의 이 같은 경고는 앞으로 앤잭데이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뿐 더러 갈리폴리의 정치 상황과 중동의 정치적 변화에 대해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상기시켜준다. 우리에게 갈리폴리는 그저 그림 같은 추모의 장소였을 뿐, 우리가 싸운 적군에 대해서 얼마나 깊게 생각해봤을까?
현재 뉴질랜드에 있는 유엔 인권최고대표 케이트 길모어(Kate Gilmore)는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테러를 2001년 9.11 테러의 파생 효과로 봤다. 9.11테러 이후 서구 세계에서는 반 무슬림 인종 차별주의가 일반화되었다. 크라이스트처치 테러는 인터넷으로 급속히 세계화된 세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반 무슬림 주의가 뉴질랜드에서 터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이제 앤잭데이를 1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한 뉴질랜드와 호주 군을 기리는 날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앤잭군과 그 상대 군의 죽음, 그리고 갈리폴리 전투와 이후 일어난 테러 사건으로 인한 피해까지 애도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역사적 사건을 다시 화제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웰링턴 티타히베이(Titahi Bay)의 앤잭데이 새벽예배에 이슬람 기도문을 포함시키려 한 티타히베이 RSA의 노력은 앤잭데이를 화제로 이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여주고 있다. 안전 우려로 인해 상대측을 포용하려는 이 같은 노력이 무산된 것은 안타깝지만 말이다.
올해 앤잭데이 행사와 관련해 보안 태세 강화 조치와 다수의 추모 새벽예배가 취소된 것은 2019년 세계의 전쟁과 그들이 생산한 이데올로기가 머나먼 나라 뉴질랜드에까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오클랜드의 앤잭데이 새벽예배와 크라이스트처치의 새벽예배 3분의 2가 경찰과의 협의 후 취소되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특별한 요인은 없지만 뉴질랜드의 테러 위험은 여전히 높아져 있는 상태다. 옆 나라 호주에서도 테러 위협이 있은 후 경찰 배치를 강화한 것처럼 이는 현명한 조치다.
그러나 2015년 호주에서는 남성 5명이 테러 모의 혐의로 체포된 지 1주일 만인 앤잭데이에도 기록적인 숫자의 사람들이 추모 새벽예배에 참석했다. 집에 있는 것보다 예배에 나와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미였다.
뉴질랜드 국민들도 2019년 앤잭데이에 혐오 이데올로기 테러리즘에 굴복하지 않고 기록적인 숫자가 추모 새벽예배에 참석하여 호주와 비슷한 국민 의식을 보여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이번 새벽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백여 년 전 전사한 뉴질랜드, 호주 군인들 뿐 아니라 이후 사망한 수많은 사람들, 특히 최근에 국내에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앤잭데이는 1915년 4월 25일 1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연합군이었던 호주와 뉴질랜드 연합군(ANZAC, Australia New Zealand Army Corps)이 이슬람 제국인 오스만투르크(터키)에서 갈리폴리(터키 지명) 상륙작전을 수행한 것을 기리는 날이다.
이를 ‘갈리폴리 전투’라 하는데, 상륙작전 실패로 당시 수많은 호주, 뉴질랜드 군인들이 전사했다.
매년 앤잭데이에는 이러한 전사 군인을 추모하는 새벽 예배를 공식적으로 드리는 것이 전통이다. 대한민국의 현충일과 같은 개념이다.
원본 기사: Stuff
https://www.stuff.co.nz/national/christchurch-shooting/111928860/anzac-day-will-never-be-the-s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