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6·25참전용사 “남북, 적대적 관계로 돌아가선 안돼”
레이몬드 로위씨, 현대중공업 뉴질랜드 군수지원함 진수식서 ‘눈물’
“남북은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가선 안 되며, 적대적인 관계에서는 승자는 없고 모두 패자가 될 것입니다.”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임진강·가평지구 전투 68주년 상기행사’ 등에 참석차 방한한 뉴질랜드 해군 참전용사 알프레드 레이몬드 로위(88) 씨는 25일 자신이 목숨을 걸고 도운 나라인 한국을 방문해 느낀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 23일 방한한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남한과 북한은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평화적인 대책을 모색해나가야 한다”면서 “평화적인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감사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평화적인 방법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위 씨는 “뉴질랜드에 있는 한국인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남북통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며 “남북 간의 격차를 해소하면 통일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전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뉴질랜드 최신예 군수지원함 ‘아오테아로아함'(2만3천t급) 진수식에 참석했다는 그는 “한국의 세계적인 기술력에 감탄했고, 배의 엄청난 크기에 매우 놀랐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2016년 7월 뉴질랜드 해군에서 수주한 이 군수지원함은 길이 173m, 폭 24m 크기에 최고 속력은 16노트(29.6km/h)에 이른다. 1만t에 달하는 보급 유류와 길이 6m 크기의 컨테이너 12개를 적재할 수 있다. 오는 2020년 뉴질랜드 해군에 인도된다.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로위 씨가 6·25전쟁 당시 구축함을 타고 참전한 해군 용사였기 때문인지 진수식에서 감격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며 “자신이 지킨 대한민국의 발전에 감격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뉴질랜드는 6·25전쟁 때 연인원 3천794명과 구축함 1척을 파병했으며, 이 가운데 23명이 전사하고 79명이 부상했다. 1명은 실종됐다.
로위 씨는 “이번에 진수한 군수지원함은 다른 나라에 있는 뉴질랜드 군함을 지원하고, 다양한 분쟁을 막기 위한 평화유지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배가 출항하는 것 자체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수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준 한국과 뉴질랜드 정부에 고맙다”며 “해군 참전용사로서 자긍심을 느끼며,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로위 씨를 포함한 3명의 뉴질랜드 참전용사들은 이날 호주 ‘안작 데이(Anzac day·현충일)’를 맞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전사한 전우들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