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교도소 슬러시기계에 7억원…”무더위에 폭력성 완화”
야당 “세금 낭비”…온라인 여론 “업무환경 개선엔 찬성”
뉴질랜드가 찜통더위에 따른 교정 시설 내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수억 원을 들여 슬러시 기계를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1야당인 국민당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교정 당국은 남반구에 자리한 뉴질랜드가 지난 2016년 말∼2017년 초여름에 기록적인 무더위를 겪은 이후 지난해 슬러시 기계 193대를 사들였다. 구입 비용은 10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7억7천만원) 이상이었다.
교정 당국은 무더위에 수감자 수가 늘어나면 폭력 사건의 위험성도 덩달아 증가한다며 교정 시설 직원과 재소자의 안전을 위해 예방 조처로 슬러시 기계를 사들였다고 해명했다.
당국은 얼굴에 대는 젖은 천이나 개인 선풍기도 사용했다면서 냉수보다는 슬러시가 직원들을 시원하게 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앤디 밀른 경찰국장 대행은 “재소자의 긴장과 공격성이 상당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었고, 그 결과로 재소자나 시설 직원이 심한 부상을 당할 실질적인 위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켈빈 데이비스 교정 담당 장관도 시설 직원들이 30도가 넘는 환경에서 6kg이 넘는 보호 장비를 갖추고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정 당국의 닐 빌즈 구금 담당자는 2017년 말∼2018년 초여름 교정 시설 직원과 재소자 사이에 특별한 사건이 없었다며 슬러시가 다른 피서 용품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성명에서 “찜통더위에는 슬러시가 체내 온도를 낮추는 데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며 물을 마시는 것보다 3배 가까이 더 효과적이라는 조사가 있다”면서 “우리 직원들은 슬러시 기계 구매에 고마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뉴질랜드에는 9천 명의 직원이 교정 시설에서 근무 중이며 재소자 수도 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국민당의 시몬 브리지스 대표는 교정 당국의 지출을 무책임하고 매우 이상한 세금 낭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지출은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들은 이미 거두고 있는 세금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교정 당국의 슬러시 기계 구매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도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많은 뉴질랜드 국민들은 교정 시설 직원의 업무환경을 좀 더 수월하게 해주는 투자에 찬성하면서도 높은 비용에 놀라워하고 있으며, 설탕 함량이 높은 슬러시의 대안은 없는지 논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