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성 “한국외교관 성추행 왜 제대로 조사않나”
인권위 1년 넘게 韓외교관 뉴질랜드 성추행 사건 조사
대사관서 수차례 동성 남 직원 신체 접촉 혐의
외교관 “억울해” 혐의 강력 부인…인권위 결과볼 것
한국 고위 외교관이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며 현지 채용한 동성(同性) 부하 직원을 반복해 성추행했고 외교부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피해자 인권이 재차 침해됐다는 진정이 접수돼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 중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진정인은 결국 B씨를 현지 수사 당국에 성범죄 혐의로 고소했지만, 외교부가 그를 바로 귀국시켜 자체 감사만 하고 감봉 1개월의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B씨에 대한 외교부의 감사 결과를 제3자를 통해 전해들었을 뿐 피해자인 자신에게는 정식으로 통지해주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B씨로부터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A씨 측은 인권위에 “외교부 측이 해당 사건을 조사하면서 피해자이자 문제 제기자인 자신에게 제대로 진술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도 부당하다”면서 “공정하고 독립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외교부 일각에선 “외교부가 B씨를 감사하면서 그가 피해자의 민감한 신체 일부를 만졌다는 성추행 혐의점은 간과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우발적으로 해 경미한 성희롱을 저지른 정도로 사건을 축소해 마무리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외교부의 한 서기관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해외 거주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었더라도 이 정도의 감사로 끝났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남성이 여성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전형적인 성범죄가 아니라 직장의 남성 상사가 부하 남성 직원을 상대로 저질렀다는 것이어서 외교부가 제대로 문제 삼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아내를 두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남성으로 직장 상사인 B씨가 동성인 자신에게 반복해서 성적 언행을 해 정신적 충격이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국내 현행법상, 성추행(강제추행죄)은 그 대상을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성 간뿐 아니라 동선 간에도 성립된다.
인권위는 진정서가 접수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지금도 조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A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계속 바뀐다”고 인권위 측에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018년 1개월 감봉 처분을 받고 그해 중순 한 아시아 공관의 부(副)대사급 직책으로 발령났으며 현재도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 B씨를 만난 한 단체 관계자는 “B씨는 사건에 대해 알려진 부분 중 억울한 점도 있지만, 공무원 신분이라 대외적으로 충분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인권위의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외교관의 면책 특권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 공관 직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제공된 것”이라면서 “성범죄 회피용으로 면책 특권이 악용되면 오히려 한국의 외교적 이미지가 훼손되고 상대국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6일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장관의 요청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코로나 대응 방안 외에 이번 한국 외교관 체포영장 건과 관련해 논의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강 장관은 2017년 7월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 대사의 성폭행 범죄가 발생하자 “매우 심각한 재외공관의 복무 기강 문제가 발생하게 돼 정말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성비위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 그리고 관련 규정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30/20200430012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