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석고보드 부족사태로 보는 한국기업의 수출 기회 요인
최악의 수급 부족 상황은 지나갔지만 공급 ‘정상화’까지는 시간 소요 예상
석고보드 병목현상으로 보는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
석고보드
석고보드(Gypsum board)는 주거용 및 비주거용 구조물의 내부의 벽과 천장 및 칸막이로 널리 사용되는 경량 건축자재로 목재 건물이 많은 뉴질랜드 주택 건설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재이다. 종종 벽판(Wallboard) 혹은 플라스터 보드(Plaster board)라고도 불린다. 가장 많이 쓰이는 제품은 10㎜와 13㎜ 두께의 기본형 제품들로 주로 13㎜ 두께 제품은 천정에, 10㎜ 두께 제품은 벽면에 사용된다. 전 세계 석고보드 시장은 2021년 기준 약 370억 달러로 시장 조사 기업인 Maximize에 따르면 202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1.3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 석고보드 시장으로는 아시아 태평양, 북미, 유럽 순으로 보고되고 있다.
<석고보드 세계 시장 현황>
[자료: https://www.maximizemarketresearch.com]
뉴질랜드 내 석고보드 공급 현황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석고보드를 생산하는 Winstone Wallboards사는 뉴질랜드 대표 건설사인 Fletcher Building의 자회사로 1927년부터 GIB 브랜드로 석고보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Winstone Wallboards사의 국내 석고보드 시장점유율은 약 95%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현재 오클랜드와 크라이스트 처치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또한 2021년에 건설이 시작된 타우랑아(Tauranga)에 4억 뉴질랜드달러 규모의 신공장은 내년부터 풀가동될 예정이다. Winstone Wallboards사의 약 95%라는 시장점유율이 성립된 배경에는 ‘건축 동의서(building consent)’가 빠질 수 없는데 신규 주택 건설 시 동의하는 동의서에 의회 규정이 ‘석고보드’로 기재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브랜드만이 계획에 명시될 수 있다. 일단 계획이 승인되면 석고보드와 관련해서는 변경이 불가능하며 거의 모든 동의서에는 GIB 브랜드가 선택되기 때문에 GIB 브랜드로 기재될 시 물량이 부족해도 기타 다른 석고보드로 대체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건축 인증 등의 이유로 GIB 브랜드는 그간 압도적으로 점유율을 넓힐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
Fletcher building이 소유하지 않은 그 외 나머지 5% 시장은 아래와 같다.
1) Elephant Plasterboard(태국에서 제품을 수입하고 시장의 3%를 차지)
2) ProRoc(프랑스 다국적 기업인 Saint-Gobain에서 소량의 제품을 수입해 Bunnings를 통해 판매
3) Youngman Supply Group(USG Boral(현 Knauf)이 4년 만에 뉴질랜드 수입 사업을 중단하면서 Nick Youngman이 설립
4) 소수의 소규모 중국 수입업체
‘석고보드 부족 사태’란
뉴질랜드 석고보드의 부족 사태는 최초 2019년 말 Winstone Wallboard사가 유지 보수를 위해 두 공장을 일시적으로 닫으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코로나19 발생과 봉쇄 경보 4단계 발령으로 서서히 먹구름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부분의 국가가 코로나 봉쇄 기간에서 벗어났을 때 뉴질랜드는 여전히 봉쇄 기간이었으며 재고량 감소와 동시에 신규 주택 허가수가 크게 늘면서 건설 붐 현상이 있었다. 부족 가능성이 있다는 입소문이 건축업자들 사이에서 커지자 큰 회사들은 GIB 보드를 비축하기 시작해 부족을 악화시켰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주문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Winstone Wallboard사는 잠시 보유 재고를 활용하고 호주에서 임시로 수입하는 등으로 대처했지만 호주 역시 자재 부족으로 중단되면서 일명 ‘Gib Board shortage’가 발생했다. 건축업자들은 석고보드를 평소 가격의 수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온라인 옥션 등을 통해 구매하거나 GIB 보드를 주문하고 길게는 10개월가량 기다리는 등 건축업계는 작년 연말부터 심각해진 석고보드 부족 사태로 올해 역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석고보드 부족 사태 관련 뉴스>
[자료: https://www.stuff.co.nz]
공급망 차질에 대처하는 정부 및 기업의 대처
이런 사회적 이슈에 정부는 올해 건설, 건축 및 공급망 전문가들로 구성된 장관급 Taskforce를 발족해 수입업체 12사로 이뤄진 100개가량의 석고보드 수입을 추진했다. 또한 Gib 보드 대체 브랜드 4종(Elephant Board, USG Boral, ProRoc, SaveBOARD)을 신규 허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 태스크포스는 대체 석고보드 제품 규제 문제 해결 및 현재 뉴질랜드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제품 사용 능률화 방안 모색, 새로운 유통모델 발굴 등을 추진할 계획으로 관련 위원회는 주거용 건축 자재의 물량 공급 경쟁 등의 요소를 살피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올해 중반 Fletcher Building의 건축제품 사업부 Hamish McBeath CEO는 여전히 수요는 높지만 연말까지 공급이 균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공급을 10%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2022년 6월 경 임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Simplicity Living은 Winstone Wallboard사의 GIB 보드에 대한 모든 주문을 취소하고 20~40% 더 저렴한 가격으로 석고보드를 직접 해외에서 수입하는 자체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수입 현황
뉴질랜드 내 석고보드 중 국내 브랜드인 GIB보드 브랜드의 비중이 높은 만큼 수입 규모는 크지 않은 편으로 수입은 호주와 태국이 약 90% 가까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태국이 압도적으로 점유율이 높았으며 호주는 편차가 심한 수출 실적을 보였지만 2017년 이후 호주는 빠르게 성장했다. 석고보드 부족 사태로 호주의 수입이 2021년 크게 증가해 1위로 올라섰으나 뉴질랜드의 석고보드 최고 수입국은 단연 태국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순위로는 4위지만 시장점유율 면에서 1% 미만으로 뉴질랜드 내 석고보드의 수입 집중 현상을 확인 할 수 있다. 글로벌 석고보드 시장의 주요 업체로는 Beijing New Building Material(BNBM) Group, Compagnie de Saint-Gobain SA, Knauf Gips KG 등이 있으며 Saint-Gobain은 태국 방콕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Gyproc이라는 브랜드로 석고보드를 판매 중이다.
<뉴질랜드 석고보드 수입동향>
[자료: Global Trade Atlas, KOTRA 오클랜드 무역관 작성]
석고보드 공급망 이슈로 보는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
품질 우위 기반으로 다양화 및 차별화 시도
2022년 6월 뉴질랜드 한 건축 잡지에는 해조류를 이용해 만든 석고보드 디자인으로 상을 받은 한국인 학생의 뉴스가 실렸다. 이는 바이오 필러를 이용해 만든 해조류 석고보드로 기존 석고 보드와 비교할 때 탄소 절감 면에서 월등해 전통적인 석고보드에 대한 친환경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조류는 수중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또한 해조류가 함유한 붕소 성분은 천연 난연제로 발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상되거나 변형된 제품은 갈아서 비료로 사용할 수 있어 건설과 농업산업 모두에 적합해 친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이 해조류 석고보드 프로젝트는 상업화 계획의 초기 단계로 이 디자인과 기술이 상용화되면 현재 뉴질랜드 탄소 배출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산업의 친환경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환경과 관련된 혁신적인 친환경 재료가 아니더라도 뉴질랜드의 겨울철 높은 습기를 감안한 습기 조절에 강한 재료나 목재 건물의 취약함을 보강할 수 있는 내화성 석고보드, 소음 방지 석고보드 등의 차별성 있는 제품들은 신규 주택 건설이 활발한 뉴질랜드에서는 메리트가 높다.
상시 모니터링 필요
석고보드 부족 사태는 뉴질랜드 내 특정 기업의 높은 점유 현상과 두 국가로 집중된 해외 수입 등이 코로나라는 환경적 요소와 건설업계의 높은 수요 등의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빚은 뉴질랜드 내 병목 현상이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도 코로나 봉쇄기간 이후 유사한 건축자재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제조업이 취약하고 지리적인 불리함으로 인해 뉴질랜드 내에서는 이 병목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뉴질랜드 현지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분 A씨는 오클랜드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석고보드 병목 현상이 있었지만 석고보드 대안 제품에 대한 규제 장벽이 곧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이를 통해 뉴질랜드로의 시장 진입 기회로 연결해볼 수 있겠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이런 병목현상 이슈는 제조업이 취약한 뉴질랜드 내에서는 향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우리 기업들도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건설자재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을 역이용해 수출의 기회로 연결시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