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일찍 금리 올리고도 물가 못 잡아…침체 유도 언급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물가 잡기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미국시간) 보도했다.
RBNZ는 작년 10월부터 14개월째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물가를 잡지 못하면서 의도적으로 침체를 초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언급까지 나와 눈길을 끈다.
RBNZ의 이러한 강경 노선은 인플레이션이 한번 고착화하면 정책 입안자들이 이것을 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널은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다른 중앙은행들은 더 적은 폭의 금리 인상으로 선회하고 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조치로 경제를 붕괴시키지 않을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주 RBNZ는 기준금리를 4.25%로 0.75%P 인상했으며 최종 금리는 내년 5.5%까지 높아지리라 전망했다. 덜 매파적 전망을 예상했던 이코노미스트들은 RBNZ의 이런 전망에 놀랐다.
정책입안자들은 지난 3분기 뉴질랜드의 연율 물가가 7.2%를 나타내 3개월 전의 7.3%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음에 따라 대규모 금리 인상이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지난주 RBNZ가 기준금리를 1%P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뉴질랜드 의회 의원들은 에이드리언 오어 총재에 중앙은행이 의도적으로 침체를 유도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오어 총재는 “그것이 맞다”라면서 “우리는 고의로 경제의 총지출을 늦추려고 시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빠르게 낮아질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줄고 장기적으로 낮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할 확률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500만 인구인 뉴질랜드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요인은 다른 국가와 유사하다. 타이트한 고용시장과 지속적인 공급망 병목현상, 가솔린과 식품, 여타 제품의 높은 가격 등이 그 원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뉴질랜드의 금리가 5.5%까지는 오르지 못할 것이며 소비자들이 놀라서 지출을 줄이게 하려고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BNZ는 내년에 약 마이너스(-) 1%가량의 짧고 얕은 침체를 예상했다.
오어는 “당신의 지출에 대해 더 열심히 고민하세요. 소비보다 저축에 대해 생각하세요”라고 뉴질랜드 가계에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