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 “여성 기본권 박탈”, 캐나다 총리 “미국서 끔찍한 소식”
각국 정상들 우려 목소리
미국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 권리 폐기 판결이 나오자 여성 지도자들을 포함한 각국 정상들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사진)는 25일 성명을 내고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결정을 내릴 기본권을 박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 대법원 판결을 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상했다”면서 “뉴질랜드에선 임신중단을 형사 사안이 아닌 보건 사안으로 취급하는 입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내 삶에서 여성 인권과 관련해 가장 어두운 날 중 하나”라면서 “이는 다른 국가들에서 임신중단 반대, 반여성 세력을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성 지도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보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커다란 후퇴로 생각한다”면서 “나는 언제나 여성의 선택권을 믿어왔고 그러한 시각을 견지해 왔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임신중단은 모든 여성의 기본 권리로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에서 전해진 뉴스는 끔찍하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여성의 권리와 의료 접근을 모두 축소한 것”이라면서 “우려스럽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도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여성 인권과 성평등에 있어 큰 타격”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24일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보장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미 생식권리센터(CRR) 등 미 인권단체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50여개국에서 여성들의 임신중단은 법적 권리의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
중남미의 대표적 ‘친미’ 국가인 콜롬비아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임신 24주까지 임신중단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의 또 다른 중남미 우방국 멕시코에서도 지난달 남서부 게레로주가 32개주 중 9번째로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등 임신중단권 보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캐나다는 임신중단을 금지하는 연방법이 1988년 폐기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 러시아 등은 특별법이나 보건법 일부 조항을 통해 임신중단권을 보장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임신중단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지난 24일 임신중단 관련 선전을 금지한 형법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독일 병원들이 임신중단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합법화될 예정이다. 마르코 부슈만 독일 법무장관은 “의사가 임신중단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