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취업비자 강화…노동력 이탈에 사업주들 ‘울상’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정부의 취업비자 강화로 요식업·건설업 분야의 사업주들이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아던 정부가 지난해 12월 이주 노동자들의 비자 규정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마자 취업비자 승인이 지연되고 직업훈련 수준도 강화되면서 대체 인력 마련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주 노동자란 국경을 넘어 일자리를 찾는 비정규직 또는 기간제 노동자를 말한다.
로이터통신은 28일 이주 노동자를 고용한 뉴질랜드 사업주들이 강화된 취업비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퀸스타운에서 펍을 운영하는 크리스 딕슨은 직원들이 혹사당할까 걱정하고 있다. 몇 주 전 2명의 이주 노동자가 비자 문제로 일을 그만뒀기 때문. 그는 이들의 취업비자가 승인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명확한 이유없이 서류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요리사, 바텐더 등 인력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뉴질랜드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최근 사업장을 떠나고 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노동인구 중 순이민자 규모가 2018년 4만명에서 2021년 2만9000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질랜드 이민 호황기였던 2017년 중반의 7만2400명과 비교하면 반토막 아래로 줄어든 것. 이는 이민자의 상당수가 취업비자를 통해 정착했던 과거와 상황이 달라진 것을 의미한다.
뉴질랜드의 폐쇄적 이민정책은 과거 중도 우파의 국민당 정부가 임기 말 도입한 취업비자 강화에 이어 아던 총리의 노동당 연정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아던 총리는 2017년 집권 이후 연간 수만 명의 이민자를 줄이고 외국인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내용의 공약을 꾸준히 실행하고 있다. 인구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족한 기반시설, 그리고 이민자에 의한 주택시장 과열로 뉴질랜드 유권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기 때문.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주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뉴질랜드 사람들이 기피하는 농업·서비스업이나 특정 전문지식이 필요한 건설업에 한정돼 있어 폐쇄적 이민정책을 시행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뉴질랜드 국민의 실업과 이주 노동자의 취업은 크게 관련이 없다는 것. 호주뉴질랜드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일즈 워크맨은 “이민은 뉴질랜드 경제 구조에 두드러진 특징이며, 느리게나마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광범위한 이민정책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까다로운 채용절차 조사, 취업비자 처리 지연 등을 근거로 이미 강경한 이민정책이 시작됐다는 게 사업주들의 판단. 특히 잡 서치 비자(Post Study Work Visa)·부모 초청 비자(Parent Visa)·숙련 기술자 비자(Skilled Worker Visa)와 관련된 이민정책을 상황에 따라 조변석개처럼 개정하는 정부의 태도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지적에 뉴질랜드 정부는 취업비자 처리에 지연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다만 운영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아인 리스 갤러웨이 이민성 장관은 “취업비자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우려되지만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라며 “그럼에도 사업주들이 이주 노동자에 의존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