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필리핀 12살 자폐소녀 이민 퇴짜…”의료체계 부담”
뉴질랜드가 자폐증을 가진 필리핀 소녀의 이민 신청을 ‘의료체계 부담’을 이유로 거부했다.
26일 뉴질랜드 헤럴드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필리핀 소녀 아리안나 알폰조(12)의 거주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알폰조의 아버지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뉴질랜드 거주 자격을 얻었지만, 아리안나는 지난 6년간 필리핀에 머물러야 했다.
뉴질랜드 당국이 거론하고 나선 것은 아리안나의 자폐증이었다.
뉴질랜드 이민 규정은 자국 보건체계가 이민자에게 지급하는 비용 한도를 5년간 4만1천 뉴질랜드 달러(약 3천400만원)로 정해두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신체·지적 장애, 자폐 스펙트럼, 뇌 손상, 다발성 경화증, 암 등을 앓는 사람은 ‘고비용’이라는 점에서 이민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들은 장애인을 차별하는 조치라며 개혁을 요구해왔다.
아리안나의 어머니 게일은 딸이 뉴질랜드 의료체계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변호사와 전문가들을 찾아다녔고, 이 과정에서 큰돈을 써야 했다.
게일은 또 ‘#아리안나를 뉴질랜드에 머물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공개청원을 올렸다.
그는 “남편은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량한 시민으로, 뉴질랜드 법을 준수한다”며 “우리 부부는 40대 초반으로 뉴질랜드의 성장과 경제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리안나는 존엄하게 살고 공정하게 대우받으며, 완벽하고 행복한 가족을 가질 자격 또한 있다”고 주장했다.
알폰조 가족을 도와 온 리카르도 메넨데스 마치 녹색당 하원의원은 해당 시스템을 ‘매우 비인간적인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민부 장관에게 이들 사례를 재평가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마치 의원은 약 400명의 거주 비자가 건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거절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뉴질랜드가 비슷한 국가에 비해 훨씬 뒤처져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