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누아투, 중국군 기지 건설 부인하지만…호주·뉴질랜드 ‘경계’
中, 美 주축 태평양 역학구도 흔들려고 군사기지 추진 가능성
중국이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에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한다는 호주 언론의 보도에 대해 바누아투 정부가 부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에 맞서 태평양에 군사기지 구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바누아투 주변국인 호주와 뉴질랜드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랠프 레겐바누 바누아투 외교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우리는 비동맹국으로, 군사화에 관심이 없다”며 “우리나라에 어떤 종류의 군사기지를 두는 데도 관심이 없다”고 호주 ABC 방송에 말했다.
그는 중국이 바누아투에 군사기지 설치를 위한 공식 제안을 하지 않았지만, 양측이 예비 협의를 했다는 호주 미디어그룹 페어팩스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중국이 작년 7월 아프리카의 소국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한 데 이어 남태평양에서 군사기지를 물색한다는 소식은 미국 중심의 태평양 질서를 흔들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낳았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태평양 섬나라들과 우리 이웃에 외국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일반적인 견지에서 태평양의 군사기지화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태평양 지역에 대한 경제 원조를 확대하고 있고 바누아투가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와 관련해 중국 입장을 두둔하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 비춰볼 때 중국의 군사기지 구축 구상이 없다고 단정 짓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호주 맥쿼리대의 아시아·태평양 전문가인 베이츠 길 교수는 중국이 바누아투 같은 국가에 군사기지 건설을 시도하는 것은 가능하며 이는 미국과 그 동맹국인 호주, 뉴질랜드의 영향력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그는 “미 해군 자체는 물론 이런 동맹은 약 70년 동안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지배적인 군사·안보력이었다”며 중국이 이처럼 오래된 지역 역학 구도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