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지켜라…
뉴질랜드, 외국인 주택 구입 금지 추진
외국인 큰손들이 마구 사들이며 집값 급등
무주택·노숙자 늘자 캐나다 일부 지역은 취득세 도입
요즘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분주하다. 뛰어난 자연경관과 치안을 자랑하는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뉴질랜드 정부가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 10월 9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노동당 정부가 이달 중으로 외국인의 기존 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을 것이란 내용이다.
중국 부자들을 비롯한 외국인 ‘큰손’들이 뉴질랜드 내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급등한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노숙을 하거나 창고·컨테이너 등에 사는 무주택 인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FT는 “뉴질랜드 무주택 인구가 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에 달하고, 이에 노동당이 총선 당시 주택난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간 뉴질랜드 집값은 공공주택 공급 축소, 임대료 상승, 저금리, 이민 증가 등으로 57% 상승했다. 최대 도시 오클랜드의 상승 폭은 90%가 넘는다.
그랜트 로버트슨 뉴질랜드 재무장관은 “토지와 건물 가격이 턱없이 뛰었지만, 주택 공급은 크게 줄어 뉴질랜드 주택 시장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FT는 뉴질랜드의 이번 조치가 호주, 캐나다 등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들의 시범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뉴질랜드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뉴질랜드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10만채를 공급하고 무주택자 지원을 확대하는 대안을 추진 중이다.
뉴질랜드에 앞서 캐나다 일부 지역은 외국인이 자국 내 주택을 구입할 때 추가로 부과하는 세율 15%의 ‘주택 취득세’를 도입한 바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정부는 작년 8월 “외국인들이 밴쿠버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광역 밴쿠버 지역에 외국인 주택 취득세를 도입했고,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올 4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한편 지난달 네덜란드계 금융 기업 ING가 유럽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주택과 모기지 국제 설문조사’ 결과에선 응답자의 48%가 “평생 내 집 장만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