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일가족 살해 30대에 체포영장…뉴질랜드에 공조 요청
경찰은 이 남성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추적 중이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김모(35)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5시 사이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에서 어머니인 A(55)씨와 이부(異父)동생인 B(14)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날 오후 8시께 강원 평창군의 한 도로 졸음 쉼터에서 계부인 D(57)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은 발생 나흘 만인 25일 오후 11시께 A씨와 수일째 연락이 닿지 않자 집을 찾은 A씨 여동생과 남편이 시신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까지만 해도 소재가 파악되지 않던 D씨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씨는 사건 당일인 21일 정오께 현장인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오후 5시께 나왔다.
경찰은 A씨와 B군이 같은 날 오후 2시께 아파트로 들어갔으나, 이후에는 아파트를 드나드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점에 미뤄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김씨가 두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에서 나온 김씨는 앞서 지난 19일 용인의 렌트업체에서 빌린 K5차량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이어 김씨는 D씨를 만나 함께 렌트차량에 타 강원도로 가던 중 평창에서 D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트렁크에 실었다.
김씨가 무슨 이유로 어떻게 D씨와 만나 강원도로 함께 이동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D씨가 지인들에게 강원도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알렸다는 것만 확인됐다.
경찰은 이동경로 분석 등을 통해 범행 장소인 졸음 쉼터를 찾아냈다. 졸음 쉼터에서는 D씨 혈흔과 안경 등이 나왔다.
김씨는 이후 강원 횡성군의 한 콘도에서 하루 묵은 뒤 D씨 시신을 실은 렌트차량을 주차장에 버리고 달아났다.
김씨는 살해한 A씨와 D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면서 주변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했다.
A씨의 휴대전화로 B군이 왜 학교에 나오지 않느냐는 전화가 걸려왔지만 “주말에 갑작스레 해외여행을 갔다. 곧 돌아올 것이다”라고 안심시켰고, A씨 부부가 운영하는 주점 종업원 등에게 전화가 왔을 때도 “사장님은 술에 취해 자고 있다”는 등 거짓말을 했다.
아울러 김씨는 범행 다음 날인 2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행 편도 비행기 표를 끊어뒀다.
김씨 입장에서는 21일 범행 후 뉴질랜드로 떠나는 23일까지 이틀만 시간을 벌면 되는 셈이었다.
그는 23일 오후 5시께 아내와 만 7개월·2살짜리 딸 둘을 데리고 출국했다.
A씨는 전 남편과 사이에서 김씨를 낳아 키우다가 김씨가 성인이 된 이후인 2004년 D씨와 재혼했다. 당시 A씨는 D씨와 2003년 낳은 B군을 키우고 있었다.
김씨는 이들과 따로 살다가 2008년 결혼 후 이혼하고, 2014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 자녀 둘을 뒀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김씨는 경제적 문제로 인해 어려워했고, A씨와도 갈등이 빚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김씨가 모친 A씨, 이부동생 B군, 계부 D씨를 모두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것으로 판단,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과거 어학연수로 뉴질랜드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범죄인인도조약은 물론 형사사법공조도 맺은 국가여서 적어도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교적인 문제로 인한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한 국가는 지난해 말까지 뉴질랜드를 포함해 26개국이다. 체결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1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난 범죄인에 대한 인도 요청을 담고 있다.
형사사법공조조약은 범죄인 인도뿐만 아니라 수사기록 제공, 증거 수집, 범죄시 사용된 물품 추적 등 수사와 재판 과정에 필요한 모든 절차에 대한 협조가 가능한 것으로 범죄인인도조약보다 더 긴밀한 형태이다.
경찰은 이런 조약을 토대로 김씨의 소재 파악 및 신병 확보, 국내 송환을 위한 뉴질랜드 당국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세 사람을 살해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뉴질랜드와 맺은 국제 조약을 토대로 수사 협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