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시대 열린다
큰 화면 좋은데 휴대하기 불편?
디스플레이 접으면 주머니에 쏙
삼성·LG·레노버 기술개발에 속도
내년 선보여 3년내 대중화 전망
中ZTE, ‘닮은꼴’ 폰 내달 출시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AMOLED와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의 콘셉트, LG디스플레이 롤러블 OLED 제품(왼쪽 사진부터).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제공
스마트폰 업체들이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기존 주요 제조사뿐만 아니라 중싱통신(ZTE) 등 중국 업체도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실생활에서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폴더블폰이 출시돼 대중화되기까진 2∼3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폴더블폰이 개발되면 스마트폰 화면을 지금보다 더 키우더라도 주머니에 접어 넣어 다닐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멀티미디어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화면 스마트폰 수요는 늘었는데, 화면이 커질수록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었다. 폴더블폰은 기존 스마트폰보다 충격에도 강해 액정이 깨질 염려도 적다. 스마트폰을 접으면 디스플레이가 안쪽에 위치하게 돼 외부 자극에 노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의 디스플레이가 접히거나 펴지는’ 전형적인 모습을 한 폴더블폰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다만 비슷하게 생긴 ‘닮은꼴’ 제품은 최근 중국에서 공개됐다. 미국 IT매체 씨넷은 지난 18일(현지시간) ZTE가 디스플레이 두 개를 연결해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액손엠’을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액손엠은 5.2인치 크기의 화면 두 개가 접혀 있는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펼치면 대각선 길이가 6.8인치인 작은 태블릿으로 변신한다. 한 화면에서 동영상을 재생하고 다른 화면에선 이메일을 확인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씨넷은 “주로 보급형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ZTE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게 놀랍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액손엠이 디스플레이 하나를 접은 형태가 아니므로 폴더블폰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폴더블폰은 하나의 디스플레이가 접히고 펼쳐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상상 속의 폴더블폰을 가장 먼저 출시할 업체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레노버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폴더블폰의 핵심 부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계열사를 두고 있어 유리하다. 레노버는 지난해 폴더블폰 시제품을 선보이는 등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포브스 등 외신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쇼 ‘CES 2018’에서 폴더블폰 ‘갤럭시X’를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앞서 삼성전자는 유튜브에서 폴더블폰의 콘셉트(개념을 담은 시제품)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용화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갤럭시노트8 국내 출시 간담회에서 “폴더블폰은 내년쯤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폴더블’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는 상황”이라며 “폴더블폰을 만들고 싶지만 기술적인 난제가 많아 당장 상용화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시험 삼아 판매할 제품을 만들기보다 제대로 된 제품을 준비해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 관계자도 “내년 폴더블폰 70만여대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70만대면 사실상 콘셉트 수준”이라며 “품질이 담보된 제품이 아닌 기술과시용으로 나오는 것이라 시장 영향력은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노버가 선보인 구부러지는 스마트폰 씨플러스(왼쪽 사진)와 ZTE가 공개한 액손엠. 레노버·ZTE 제공
폴더블폰이 상용화되려면 내구력이 담보돼야 한다. 수만 번 접었다 펴도 디스플레이가 망가지지 않아야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가격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얼리어답터는 초기에 비싼 값을 치러도 폴더블폰을 사겠지만 대부분 선뜻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도 “내년쯤 나오는 폴더블폰은 얼리어답터를 위한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2∼3년 뒤에야 제품이 본격 대중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A는 폴더블폰이 내년 등장해 2021년이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1%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폴더블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롤러블(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는)폰은 2019년쯤 처음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은 지난해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폴더블 기기 특허를 출원했다. 미국특허청(USPTO)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애플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전자 장치(Electronic Devices with Displays)’ 특허 내용을 공개했다.
문서에서는 휘어지는 부분(flexible portion)을 중심으로 구부러진 스마트폰 모양을 한 기기를 볼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비롯해 맥북,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 기기에도 플렉서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며 “플렉서블 OLED 소재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유연성을 늘릴 예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디스플레이가 구부러질 때 받는 압력을 줄이거나 없애는 데 쓰이는 힌지(움직일 수 있는 구조의 접합 부분) 모습도 보인다. 애플인사이더 등 미국 매체는 “애플이 내년에는 6.46인치의 아이폰X을 출시한다는 루머가 있다”며 “만일 폴더블 기술이 아이폰에 적용돼 반으로 접을 수 있다면 큰 화면과 휴대성의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2020년 내놓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손을 잡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씨넷 등 주요 IT매체는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애플의 요청을 받아 신형 아이폰에 들어갈 폴더블 OLED 스크린을 개발하는 태스크 포스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고객사와 협의하는 내용은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2019년까지는 종이처럼 완전히 접을 수 있는 수준의 패널을 개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생산의 전제조건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플렉서블 OLED는 종이처럼 얇고 유연한 기판을 가져 손상 없이 구부리거나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이를 적용하면 디스플레이를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어 다양한 스마트폰 디자인을 표현할 수 있다. 기존 TV나 스마트폰은 모두 네모 반듯한 유리기판 위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OLED 기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해 하이엔드 시장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출하량은 올해보다 135% 늘어난 약 139만장인데, 이는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의 3.8%, OLED 제품 가운데 20%를 차지하는 규모다.IHS는 “삼성전자의 최상위 제품 이외에 애플 아이폰과 중국 브랜드에도 플렉서블 OLED가 부착될 것”으로 전망했다.